[한국의 디자이너] 권오영 매일유업 디자인팀장‥ 주스용기 하나도 세련된 액세서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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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디자이너] 권오영 매일유업 디자인팀장‥ 주스용기 하나도 세련된 액세서리처럼!
편의점의 음료수 코너에는 수십가지의 음료제품이 진열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똑같은 주스라도 고급스러운 포장에 담긴 제품에 손길이 가게 마련이다.
커피를 사러 갔다가 특별한 포장에 이끌려 호기심에 우유를 샀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시선을 끄는 제품의 겉 포장은 제품 판매의 일등공신이 되기도 한다.
권오영씨(38)는 매일유업에서 디자인실 팀장으로 제품의 포장 디자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발효유 '라씨''도마슈노''소화가 잘되는 우유''맛있는 비타우유''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등의 포장 디자인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가 2003년부터 4년째 작업하고 있는 매일유업 디자인실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는 전 세계에서 공수해온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독특한 포장 용기들이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는 "나라별로 패키지 디자인의 스타일이 다르다"며 "일본 디자인은 재밌고 아기자기한 미(美)를 강조하는 반면 미국은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철저한 실용성에 치중하고,유럽은 일본과 미국의 스타일을 적절히 조합한다"고 설명했다.
진열장에는 그의 디자인팀이 최근 야심차게 내놓은 인도음료 '라씨'도 보였다.
깔끔한 제품 로고와 유명한 인도의 시를 용기 포장의 디자인 요소로 담았는데 이 제품은 그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바로 제품의 '핵심'만을 담는다는 것.그는 "너무 요란하고 복잡하게 치장한 포장 속에는 숨길 수 있는 게 많지만 여백의 미가 많은 디자인은 제품이 나타내고자 하는 핵심만 담아야 하기 때문에 표현해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통 디자인실에서는 1년에 400건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중 신제품 디자인은 30~40건이고,대부분 제품의 리뉴얼 작업이다.
그는 "패키지 디자인에 있어선 제품의 외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는 것보다 우선 소비자와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매일유업에 입사했던 2003년만 하더라도 제품 포장은 무조건 그 제품 자체만 잘 표현하면 됐지만,지금은 어떤 소비자들이 구입하는지 타깃 층의 구미에 맞는 디자인에 초점을 둬야 하는 게 디자인 트렌드다.
그는 "소비자가 제품을 인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0.3초이며,1초 안에 구매까지 결정된다"며 "이때 소비자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패키지 디자인이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제품이 출시돼 판매율이 저조하면 바로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에 화살이 날아온다.
요즘은 제품이 단순히 먹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 들고 다니면서 마시거나 먹는 데 창피하지 않도록 세련된 액세서리의 역할을 해야 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제품의 타깃이 되는 소비자의 개성과 유행을 동시에 반영해야 한다.
이렇게 제품 포장에 너무나 심혈을 기울인 나머지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20번이나 디자인이 바뀌기도 해 이미 나와 있는 제품으로 착각할 때도 있다고.
권씨는 다른 디자이너와는 달리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성균관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매일유업 디자인 팀장으로 일하기 전 1993년부터 8년간 금강기획에서 광고기획을 담당했다.
제품 구매를 유도하도록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일을 먼저 배우고 패키지 디자인에 뛰어든 특별한 경우다.
8년의 광고기획 경력을 쌓은 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 있는 프렛 인스티튜트에서 3년간 공부,'커뮤니케이션ㆍ패키지 디자인'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업에서 뛰고 있는 전문가들이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다음날 미국 전역에 출시될 제품이 수업 자료가 됐다고.그는 "소비자들과 효율적으로 교감하면서 제품의 포장 디자인으로 이끌어 내는 방법을 실시간에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이런 분야의 학과는 국내 대학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성균관대,성신여대,한양대 등에서 광고ㆍ그래픽ㆍ패키지 디자인과 디자인 행동론에 관해 그가 쌓아온 디자인 철학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디자이너'보다는 '크리에이터(창조자)'가 돼라"고 늘 강조한다.
제품의 겉을 예쁘게 포장하는 단편적인 일에 정성을 쏟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공감할 부분까지 고려하면서 디자인하라는 얘기다.
권씨는 오는 19~21일 아시아 차세대 디자이너 육성을 위해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 차세대 디자이너 초대전'에 초청받아 한국인 최초로 광고 포스터 개인전을 연다.
권씨의 디자인은 예술적인 면을 강조하는 기존 디자이너들의 작품과는 달리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실용적인 면을 보여준다는 데서 높은 평가를 얻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똑같은 주스라도 고급스러운 포장에 담긴 제품에 손길이 가게 마련이다.
커피를 사러 갔다가 특별한 포장에 이끌려 호기심에 우유를 샀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시선을 끄는 제품의 겉 포장은 제품 판매의 일등공신이 되기도 한다.
권오영씨(38)는 매일유업에서 디자인실 팀장으로 제품의 포장 디자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발효유 '라씨''도마슈노''소화가 잘되는 우유''맛있는 비타우유''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등의 포장 디자인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가 2003년부터 4년째 작업하고 있는 매일유업 디자인실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는 전 세계에서 공수해온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독특한 포장 용기들이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는 "나라별로 패키지 디자인의 스타일이 다르다"며 "일본 디자인은 재밌고 아기자기한 미(美)를 강조하는 반면 미국은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철저한 실용성에 치중하고,유럽은 일본과 미국의 스타일을 적절히 조합한다"고 설명했다.
진열장에는 그의 디자인팀이 최근 야심차게 내놓은 인도음료 '라씨'도 보였다.
깔끔한 제품 로고와 유명한 인도의 시를 용기 포장의 디자인 요소로 담았는데 이 제품은 그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바로 제품의 '핵심'만을 담는다는 것.그는 "너무 요란하고 복잡하게 치장한 포장 속에는 숨길 수 있는 게 많지만 여백의 미가 많은 디자인은 제품이 나타내고자 하는 핵심만 담아야 하기 때문에 표현해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통 디자인실에서는 1년에 400건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중 신제품 디자인은 30~40건이고,대부분 제품의 리뉴얼 작업이다.
그는 "패키지 디자인에 있어선 제품의 외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는 것보다 우선 소비자와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매일유업에 입사했던 2003년만 하더라도 제품 포장은 무조건 그 제품 자체만 잘 표현하면 됐지만,지금은 어떤 소비자들이 구입하는지 타깃 층의 구미에 맞는 디자인에 초점을 둬야 하는 게 디자인 트렌드다.
그는 "소비자가 제품을 인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0.3초이며,1초 안에 구매까지 결정된다"며 "이때 소비자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패키지 디자인이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제품이 출시돼 판매율이 저조하면 바로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에 화살이 날아온다.
요즘은 제품이 단순히 먹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 들고 다니면서 마시거나 먹는 데 창피하지 않도록 세련된 액세서리의 역할을 해야 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제품의 타깃이 되는 소비자의 개성과 유행을 동시에 반영해야 한다.
이렇게 제품 포장에 너무나 심혈을 기울인 나머지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20번이나 디자인이 바뀌기도 해 이미 나와 있는 제품으로 착각할 때도 있다고.
권씨는 다른 디자이너와는 달리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성균관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매일유업 디자인 팀장으로 일하기 전 1993년부터 8년간 금강기획에서 광고기획을 담당했다.
제품 구매를 유도하도록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일을 먼저 배우고 패키지 디자인에 뛰어든 특별한 경우다.
8년의 광고기획 경력을 쌓은 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 있는 프렛 인스티튜트에서 3년간 공부,'커뮤니케이션ㆍ패키지 디자인'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업에서 뛰고 있는 전문가들이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다음날 미국 전역에 출시될 제품이 수업 자료가 됐다고.그는 "소비자들과 효율적으로 교감하면서 제품의 포장 디자인으로 이끌어 내는 방법을 실시간에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이런 분야의 학과는 국내 대학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성균관대,성신여대,한양대 등에서 광고ㆍ그래픽ㆍ패키지 디자인과 디자인 행동론에 관해 그가 쌓아온 디자인 철학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디자이너'보다는 '크리에이터(창조자)'가 돼라"고 늘 강조한다.
제품의 겉을 예쁘게 포장하는 단편적인 일에 정성을 쏟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공감할 부분까지 고려하면서 디자인하라는 얘기다.
권씨는 오는 19~21일 아시아 차세대 디자이너 육성을 위해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 차세대 디자이너 초대전'에 초청받아 한국인 최초로 광고 포스터 개인전을 연다.
권씨의 디자인은 예술적인 면을 강조하는 기존 디자이너들의 작품과는 달리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실용적인 면을 보여준다는 데서 높은 평가를 얻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