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시대를 이어간다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보다 0.5%포인트가량 떨어져 5%에 못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대외 변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13일 5개 민간경제연구소 거시경제팀장을 대상으로 경제 전망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 △고유가 △환율 하락 △국내 소비 및 내수 회복세 둔화 등이 내년도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요 변수로 꼽혔다.

거시경제팀장들은 아직까지는 이 같은 변수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가능성은 50% 미만이지만 점차 악재가 쌓여가고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기.국제 유가가 관건


민간연구소 거시경제팀장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서 촉발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과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 등 대외 변수가 내년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유가는 현재 배럴당 90달러 중반(WTI 기준) 수준으로 각 연구소들이 기존 전망치를 내놓을 당시 전제로 삼았던 70~80달러 선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유가가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로 상승해 평균 100달러시대가 지속된다면 다른 변수 없이 유가만으로도 성장률이 0.2~0.5%포인트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거시경제팀장들은 고유가 상태는 계속되겠지만 본격적인 100달러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은 30~45% 정도로 높게 보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확산 등으로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도 우려할 만한 변수로 꼽혔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만약 미국 경제성장률이 1% 미만까지 떨어진다면 지금까지 진행된 미국과 신흥시장 경제 간 탈동조화 현상이 깨지면서 우리나라 성장률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내적인 변수로는 소비와 내수 회복세의 지속 여부가 꼽혔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가 때문에 실질 국민소득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의 저축률이 떨어지고 연체율이 늘어나는 것도 소비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중국 긴축은 긍정적일 수도

민간 경제연구소 거시경제팀장들은 대외 변수 가운데 중국의 긴축문제에 대해선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 등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기는 내년에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긴축이 경기 과열을 막는 조정 차원이라면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지난달 17차 중국공산당 대회를 보면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분배와 균형 발전을 높이 평가했지만 여전히 성장도 강조했다"며 "중국이 긴축을 하더라도 성장세를 꺾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 실장은 "중국 긴축정책이 미국의 경기 침체와 연결될 땐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조정 등은 엇갈린 전망

통화 및 재정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물가와 과잉 유동성 문제가 여전하기 때문에 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오히려 경기를 생각해 한두 차례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다만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쪽에서도 대외 변수의 불안이 크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면서 매우 완만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국내 과잉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금리 인상이 옳지만 경기 회복세도 강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 연간으로 0.5%포인트 내외의 완만한 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송 팀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콜금리를 동결 내지 한두 차례 인하할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며 "하반기에 가서 경기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다시 올릴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