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리베이트 조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한숨 돌리는가 싶던 국내 제약사들이 또다른 '괴담(怪談)'에 떨고 있다.

이번 '괴담'의 진원지는 대한의사협회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병원에서 처방되는 제네릭 의약품(오리지널 의약품과 약효가 동등한 카피약) 중 '불량품'일 가능성이 있는 576개 품목 리스트를 의협이 조만간 공개할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럴 경우 리베이트 제공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제약업계는 또 한차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의협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이겼다.

이에 따라 의협은 식약청으로부터 생동시험 조작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 576개 리스트를 넘겨 받았다.

이들 품목은 식약청의 지난해 생동시험 조작 조사에서 생동시험 기관이 원본 자료를 보관하고 있지 않아 조작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것들이다.

생동시험이란 제네릭 의약품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약효가 똑같은지 여부를 제3의 시험기관이 검증하는 절차다.

제네릭 의약품은 생동시험을 통과해야만 식약청으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3차 생동시험 조작 조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 식약청은 이들 576개 품목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대신 다시 생동시험을 진행할 것을 해당 제약사에 지시했다.

576개 품목 리스트는 공개하지 않았다.

생동조작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품목 리스트를 공개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의협은 지난해 조사에서 생동시험 조작이 만연해 있다는 점이 확인된 상황에서 생동시험을 제대로 통과했다는 것이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이 계속 처방되면 국민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현재 관련 자료에 대한 법률적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리스트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제약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생동시험 조작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리스트를 먼저 공개하면 의약품에 대한 불필요한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제2의 생동파문'이 발생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리스트 공개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성분명 처방'을 저지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성분명 처방이란 의사가 의약품을 처방할 때 특정 제약사의 상품명을 지정하지 않고 성분명만 처방전에 쓰는 제도다.

이럴 경우 의약품 선택권이 약사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의협은 이를 강력 반대해 왔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리스트 공개를 통해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켜 '약은 역시 의사가 특정 상품명까지 지정해서 처방해야 한다'는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게 의협의 노림수"라고 주장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