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40도ㆍ초속 41m 강풍에도 원유 시추… 고유가로 발주 늘어


'드릴십(선박 형태의 심해석유시추선)의 절대강자'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극지용 드릴십을 건조해 인도함으로써 연간 시장 규모가 100억달러로 예상되는 조선업계의 차세대 달러박스를 활짝 열어젖혔다.

삼성중공업은 9일 '스테나 드릴막스'로 이름 붙여진 이 첫 번째 극지용 드릴십의 명명식을 갖고 발주처인 스웨덴 스테나사에 인도했다고 11일 밝혔다.

삼성중공업이 이번에 건조한 드릴십은 축구장 2배 크기인 길이 228m, 폭 42m, 높이 19m 규모로 바다 위에서 해저 11km까지 드릴장비로 파내려 갈 수 있다.

또 높이 16m의 파도와 초속 41m의 강풍에서도 움직이지 않도록 최첨단 위치제어 기술을 적용했으며 섭씨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다.


◆연간 10척 이상 수주 예상


삼성중공업은 20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22척 중 16척을 수주해 시장점유율 73%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건조를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연간 4~5척의 드릴십을 건조해 인도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내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연간 15척의 드릴십이 발주될 전망이며 삼성중공업이 그 가운데 연간 10척 이상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도 대형 오일메이저의 드릴십 발주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릴십은 초기 시장 형성 단계이다.

따라서 공급자 우위의 시장 구조로 인해 선박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척당 선가가 6억달러에 달해 VLCC(초대형 유조선)의 4배,고부가가치선의 대명사로 불리는 LNG선보다도 3배 이상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가격뿐만 아니라 계약시점에 조선소에 지급되는 계약착수금이 다른 선종에 비해 월등히 높고, 조기납기에 따른 보너스도 두둑해 달러박스로 불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90년대에 향후 해양설비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조선업계로서는 처음으로 10년 전부터 드릴십 건조에 나서 삼성만의 설계 기술 및 건조 노하우를 축적, 최근 드릴십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드릴십은 고도의 설계 노하우가 필요해 중국이 쫓아오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드릴십을 처음으로 건조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조선업이 쇠퇴의 길을 걸으며 경쟁력을 잃은 상태다.


◆심해용 해상석유시추설비 시장 호황

해상석유시추설비 시장은 고유가에 따른 석유 확보 전쟁과 연 6~8%에 달하는 세계 석유 소비량 증대로 급팽창하고 있다.

연평균 160억달러에 달하는 시추설비 10기와 생산설비 20기 등 약 30기의 해양프로젝트가 매년 발주될 전망이다.

이에 힘입어 2002년 연 5억달러에 머물던 삼성중공업의 해양에너지 관련 설비 수주 금액도 올해 60억달러 규모로 5년 사이 10배 이상 성장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낮을 때에는 수억원에 달하는 시추선 하루 임대료가 부담스러워 석유메이저들이 발주를 꺼렸다"며 "유가가 100달러 돌파를 눈 앞에 두면서 기름이 묻혀 있다고 알려진 세계 각지에서 시추를 시작, 전 세계 해상석유시추장비 가동률이 100%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선박 형태로 이동하기 편리한 드릴십이 가장 많이 발주되고 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