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요즘 '경제는 내가 임자다'라고 솜씨 자랑을 많이 하는데 정치에서 진짜 우리가 선택해야 될 핵심 요소는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원칙을 아는 정치인이냐,원칙이 있는 사람이냐,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냐'이며,이것이 기본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한국정책방송(KTV)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대통령,참여정부를 말한다'에 출연,"정치영역에서의 불신,기회주의 이런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정치인들이 보따리 싸들고 이당 저당으로 돌아다니는 문제에 대해 아주 제가 신경질적으로 공격을 하는데 그것은 보수,진보 이전의 문제이며 심지어 민주주의 이전의 문제"라며 정치인의 신뢰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정치는 기술이 아니다.

'경제 하나 그거 어떻게 해야지' 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최근의 대선 이슈가 '경제 살리기'에 집중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번 대선에서 우리 미래사회를 어떻게 설계할 것이냐는 논쟁이 있어야 하는데,소위 가치와 전략의 논쟁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사라져 버렸다"며 "이번 대선이 우리 역사를 발전시키는 진보의 계기로 작용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에 대한 인식"이라며 "정치인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역사적 과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으며,그 과제를 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평가의 잣대"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 대해 "새집에 들어와서 새 살림 꾸리겠다고 생각했는데,쓰레기들이 많이 있었다.

구시대의 막내 노릇,마지막 청소부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설거지 정부'라고 평가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무자비하게 쏟아냈던 비판의 절반만 신뢰성이 있었더라도 대통령은 쫓겨 나가야 되는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