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KCC 명예회장(71.고 정주영 회장의 막내동생)이 KCC그룹을 글로벌 정밀화학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던진 승부수가 결실을 거두고 있다.

페인트 PVC 유리 등을 생산하는 종합건축자재 기업인 KCC가 내년 창립 50돌을 앞두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키로 한 실리콘 사업의 핵심 기지인 충남 서산 대죽공장이 이달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KCC는 연산 7만.규모의 실리콘 원료인 폴리머 생산능력을 갖춘 대죽 실리콘 공장의 준공식을 내달께 가질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2800억원을 들여 완공한 대죽 공장에서는 규소(Si)를 녹여 만든 실리콘 원료인 폴리머와 2차 제품을 생산,국내외 업체들에 공급하게 된다.

실리콘은 태양전지 반도체 전기전자 자동차 우주항공 건축 의료제약 화장품 가정용품 등 4000여 제품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첨단소재다.

KCC는 전량 수입하고 있는 태양전지 기판용 폴리실리콘 등을 폴리머로 만드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KCC는 대죽공장 완공으로 전주공장(3만.규모,2004년 준공)과 함께 모두 10만t의 실리콘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2012년까지 1조원 이상을 집중 투자해 실리콘 생산 규모를 연산 20만t으로 늘려 세계 4대 실리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연간 3000억원 규모인 수입대체 효과가 2012년에는 연간 7억달러로 늘어나는 등 실리콘이 수출 효자 품목이 될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수출대상 지역도 지금의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에서 전 세계로 확대된다.

KCC 관계자는 "실리콘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미미하지만 2012년 이후에는 실리콘으로만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1990년 초 "앞으로 '돌에서 뽑아낸 석유'로 불리는 실리콘이 50년간 KCC를 먹여 살리는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뚝심'으로 실리콘 사업을 밀어붙였다.

KCC 임직원은 "실리콘 사업은 정상영 명예회장의 '마지막 비즈니스 승부수'라고 말할 정도로 집념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KCC는 13년에 걸쳐 20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끝에 2003년 말 100% 수입하던 실리콘 생산기술을 국내 처음이자 세계 다섯 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실리콘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업체는 미국의 다우코닝과 MPM,일본 신네츠,독일 바커,KCC 등 몇 개 회사에 불과하다.

정 명예회장이 실리콘 사업의 씨를 뿌렸다면 장남인 정몽진 KCC 회장(47)은 이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정몽진 회장은 1990년 초부터 부친의 뜻에 따라 유럽 러시아 중국 등 실리콘 공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기술을 습득,사업의 기초를 닦은 주역이다.

정 회장은 "석유 자원이 고갈되고 있지만 실리콘은 활용 분야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유가가 계속 오르면 석유화학 제품이 누리던 지위를 실리콘이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