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 의과대학,조지타운대 국제관계학과,카네기멜론대 경영학과와 컴퓨터공학과,텍사스A&M 공과대,버지니아컴먼웰스대 디자인학과….미국 유학을 꿈꿨던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의 유명 학과들이 사막의 땅 아라비아반도의 한 장소에 모여 있다.

카타르 도하에 건설되고 있는 교육도시다.

1000만㎡ 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도하 교육도시는 이미 완성된 건물들과 공사 중인 건물들로 복잡하게 뒤엉켜있었다.

텍사스A&M 공과대학 건물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텍사스A&M 건물로 들어서자 미국에 있는 잘 정돈된 대학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교직원들의 개방적인 태도와 학생들의 밝은 모습,커리큘럼의 내용이나 교육수준 등 모든 것이 미국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

이곳에서 두 블록 떨어진 코넬 의과대학도 마찬가지였다.

본과 2학년인 주헤어 살라(22ㆍ요르단)는 "입학 기준과 교수진,교재와 시험 등이 미국에 있는 코넬대학과 같다"며 "이슬람 국가에서 이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교육도시를 운영하고 있는 카타르파운데이션의 로버트 박스터 홍보담당자는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저널리즘으로 유명한 미국의 한 대학이 교육도시에 들어오기로 합의했다"며 "앞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 있는 대학들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의 학과들을 골라모으는 프로젝트가 '에듀케이션시티(교육도시)'라는 이름으로 카타르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교육도시에 있는 5개대학에 다니는 학생수는 1000여명.학교당 200여명의 학생들(학년당 50명 정도)에게 미국에서와 동일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적어도 미국과 같은 수준의 등록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이 돈을 '자기 돈'으로 내는 사람은 없다.

카타르파운데이션이 카타르 학생들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온 학생들에게도 장학금과 기숙사비를 무이자로 빌려주고 있어서다.

외국 학생들에게까지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것은 '가난하지만 실력이 뛰어난 외국 학생들을 카타르로 끌어들여 경제 개발의 역군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정책이다.

대출금 상환을 취업과 연계시키고 월급의 15%씩 매달 갚아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텍사스A&M대학 기계공학 2학년에 재학 중인 대니 아누스(20ㆍ레바논)는 "카타르파운데이션에서 연간 학비로 5만5000카타르리알(1400여만원)과 기숙사비로 3800카타르리알(96만원)을 대출받고 있다"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받을 학자금과 기숙사비를 모두 갚으려면 카타르파운데이션 관계회사나 외국 기업들에 취직해서 3년 이상 근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카타르과학기술단지(QSTP)를 교육도시 맞은 편에 짓고 있는 것 역시 훌륭한 인재를 카타르에 잡아두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2012년까지 총 120만㎡규모로 지어질 QSTP는 교육도시를 운영하고 있는 카타르파운데이션이 직접 맡고 있다.

이 가운데 35만㎡는 올해 말까지 개발이 완료돼 세계적인 기업들의 연구ㆍ개발(R&D)센터로 쓰이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GE 엑슨모빌 롤스로이스 쉘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모두 합해 2억2500만달러를 들여 이곳에 R&D센터를 짓고 있다.

벤 피기스 과학기술단지 마케팅담당자는 "우수한 인재를 카타르에 잡아두려면 세계적인 기업들의 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카타르파운데이션이 QSTP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오는 기업들은 회사 설립이 쉽고 토지와 건물 등을 100% 소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금도 전액 면제받는다"고 설명했다.

QSTP는 세계적인 기업의 R&D센터를 유치하는 것 이외에 이곳을 중동 벤처기업들의 요람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실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카타르가 이처럼 인재개발에 눈을 뜬 것은 세금이나 금융지원만으로는 중동의 경제중심지로 부상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이 따라올 수 없는 최고 수준의 교육환경과 생활환경을 조성하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면 중동의 최고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몰려들 것이고,이들이 카타르가 중동의 경제중심지로 발전하는데 엔진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도하=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