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3개중 1개가 적대적 M&A(인수·합병) 위협에 노출되어 있고,4개중 1개는 경영권 공격에 대한 방어수단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 현황 및 시사점'보고서가 밝힌 내용이다.

결국 헤지펀드나 사모(私募)펀드의 경영권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기업들이 막대한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 경영자원을 소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보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우리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배당과 자사주매입에 쏟아부은 자금은 69조원 이상인 반면,조달자금은 30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절차가 까다로운 '황금낙하산' '초다수 결의제' 등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대규모 현금이 소요되는 '자사주 매입'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탓이다.

기업들의 상장 목적이 원활한 자금조달로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본다면,증시를 통한 회수자금이 조달자금의 2배를 넘는 것 자체가 몹시 비정상적 상황이다.

한마디로 기업자금 운용이 심각하게 왜곡되면서 투자여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이 여유자금을 미래 성장기반 확충을 위한 투자재원으로 활용하지 못한 채 경영권 방어비용으로 지출하게 된다면 지속적 발전을 기대하기는커녕 경제의 선순환도 불가능해짐은 물론이다.

우리 기업들에 효율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이 마련된다면 이 비용을 투자자금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만 하더라도 2004년 '포이즌 필'제도를 도입한 이후 400여개 기업이 활용중이고,미국은 500대 기업의 94%가 각종 경영권 방어수단을 가지고 있는데 이어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를 제한하는 '엑슨-플로리오법'까지 운용하고 있다.

우리도 취약(脆弱)한 경영권 방어제도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신주 3자배정이나 신주예약권,의무공개매수제도,차등의결권 등 활용 가능한 경영권 보호장치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 기업들만 무장해제된 상태로 외국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내몰리다가는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경영권 보호를 위한 제도보완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