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그룹들이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은행의 핵심 경영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악화일로인 데도 보통예금 등 저원가성 자금은 주식투자펀드와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으로 계속해서 빠져나가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출 부문에서 그동안 은행 수익의 근간이었던 부동산담보대출은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중소기업대출은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기존 은행의 수익 구조가 붕괴되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비용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금융지주 체제 내 비은행 부문과 해외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

◆내년 환경은 더 나빠질 듯

지난 3분기 은행들의 실적은 '쇼크'에 가깝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순이익은 각각 3161억원과 244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국민은행은 7750억원으로 2분기의 2363억원보다 크게 늘었지만 3분기 중 ING생명 지분 매각 차익이 발생했고 2분기에 국민카드 법인세 비용이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감소했다.

하나은행 역시 2분기 1768억원에서 3분기 2827억원으로 증가했지만 SK와 포스코 주식의 회계계정 재분류에 힘입은 바 크다.

각 은행들은 이 같은 실적 부진이 4분기와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와 관련,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은행 자금이 증권시장과 CMA로 빠지는 머니 무브 현상이 단기간에 그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수신이 안 되다 보니 금리를 높여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순이자마진은 축소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신용카드 수수료와 펀드 판매 수수료율은 낮아질 전망이며 부동산담보대출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내년에 바젤2(국제결제은행 신협약)가 시행되면 중소기업 대출 위축과 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하다.

이래저래 첩첩산중인 셈이다.

◆비은행ㆍ해외 부문에서 승부수

은행들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우선 판매관리비 절감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등 각 은행들은 노조와의 임금협상에서 열악한 환경을 들어 과도한 임금 인상은 어렵다고 설득하고 있다.

또 불요불급한 경비 외 지출은 억제함으로써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무리한 대출을 자제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도 수익성 제고 방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소호 대출에 대한 심사를 엄격하게 하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올 연말까지는 수신금리를 높이고 대출금리는 낮추는 경쟁을 벌이겠지만 내년 초부터는 그 양상이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순이자마진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곤란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해외 부문과 비은행 쪽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최근 연임 기념사에서 이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국내 은행산업 자체는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다.

국민은행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현지 은행 인수 또는 지분 출자를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 역시 최근 키르기스스탄의 SOC사업에 참여키로 했으며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비은행 분야 진출도 활발하다.

우리금융이 지난 8월 말 한미캐피탈을 인수함으로써 리스와 할부금융시장에 뛰어들었으며 하나금융지주는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은 한누리투자증권 인수 마무리작업에 들어갔으며 소비자 금융시장에 진출키로 했다.

박준동/정인설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