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 거품을 막겠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 급락세를 보였던 홍콩 증시가 6일엔 다소 진정된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 8월 하순 이후 '본토 자금 유입 기대'라는 호재에 힘입어 홍콩 H지수가 80% 이상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중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반면 국내 증시는 꿋꿋한 모습이다.

전일 장중 조정으로 홍콩발 충격을 극복한 코스피지수는 이날 38.48포인트(1.91%)나 올랐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홍콩 증시 과열을 막기 위한 것으로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내재가치)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국내 증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H주 비중을 줄이면서 인도나 한국 증시로의 교체 매매도 고려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콩 증시 전망 엇갈려

전날까지 이틀 동안 10% 가까이 폭락했던 홍콩H지수는 이날 1.06%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상하이 종합지수는 1.73% 떨어지며 하락세가 이어졌다.

홍콩 증시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H지수는 8월 하순 본토 개인투자자 자금의 홍콩 증시 투자 허용 방침이 알려진 이후 지난 1일 고점까지 83%나 급등했다.

반면 이 기간에 상하이 A지수는 27%,홍콩 항셍지수는 45% 오르는 데 그쳤다.

이석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버슈팅된 H지수의 '제자리 찾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H지수의 1차 지지선을 17,630으로,2차 지지선을 16,200으로 제시했다.

반면 홍콩 현지에서 실제로 중국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펀드매니저들은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 펀드를 운용하는 리총 매니저는 "달러화 약세와 위안화 절상 기대 등으로 홍콩 증시에 유동성이 몰리고 있어 본토 자금의 홍콩 증시 투자 연기는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봉쥬르차이나펀드의 운용을 맡고 있는 신한BNP파리바의 클라우드 티라마니 매니저도 "향후 6~12개월 사이에 500억~700억달러의 중국 본토 자금이 홍콩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기존 전망은 유효하다"며 "내년 2~3월쯤 직접투자와 관련된 중국당국의 구체적인 정책 발표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증시엔 나쁠 것 없다"

홍콩 증시가 조정받더라도 국내 증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의 조치는 고평가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홍콩 증시의 과열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홍콩 증시에 비해 국내 코스피지수가 덜 오른 데다 중국 정부의 조치도 홍콩 증시에 국한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오른 것도 시장에 이런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풀이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도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 자체는 변한 게 없다"며 "중국과 홍콩의 경기에 대한 조치가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8월 이후 코스피지수와 홍콩 항셍지수 간 상관관계가 높아지긴 했으나 이는 아시아 증시 동반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심지어 국내 증시의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견해도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이나 홍콩 증시가 조정을 보일 경우 여기서 빠진 자금이 국내 펀드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곽병열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중국 당국의 추가적인 시장조치와 긴축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아시아 증시의 부진한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태완/서정환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