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안정 찾으면 노다지 시장" 간파
위험 무릎쓰고 현지 딜러와 신뢰 구축
가전제품 점유율 40% 넘어 독보적 1위
이라크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하나다.
정치적 불안정과 테러 위험 때문에 웬만한 한국 기업들은 시장 진출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런데 유독 LG전자는 이 지역에서 TV,에어컨,세탁기 등 가전 제품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자체 집계 결과 점유율이 40%를 넘는다는 게 LG전자의 설명.
LG전자가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될 만큼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이라크에 간 까닭은 무엇일까.
또 어떻게 이라크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
LG전자는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피살된 고 김선일씨 사건 이후 한국과 이라크의 무역거래가 교착 상태에 빠졌던 2004년,국내 기업 최초로 이라크에 사무소를 열었다.
차국환 바그다드 지사장은 주로 요르단 암만의 사무실에 거주하며 현지 채용 직원들로부터 수도 바그다드와 한국군이 주둔하고 있는 아르빌의 시장 상황을 매일 보고 받았다.
하지만 한달에 한번씩은 이라크 내 주요 딜러들과 정부 인사들을 만나기 위해 이라크 내 출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같이 위험을 무릅쓴 헌신 끝에 LG전자는 정부와 시장의 신리를 얻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쿠르드어 전용 휴대폰,이라크 전용 에어컨 등 이라크인들을 위한 맞춤형 제품으로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LG전자의 LCD TV와 분리형 에어컨은 이곳에서 '부의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다.
LG전자가 이라크 시장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곳에서 위험(risk)보다 기회를 더 많이 봤기 때문.석유 매장량 2위 국가인 만큼 앞으로 엄청난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LG전자의 판단이다.
LG전자의 이 같은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위험감수)은 성장가능성이 큰 신흥시장을 먼저 공략한다는 글로벌 전략에 따른 것.미국,유럽,중국 등 이른바 주력 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한 삼성과의 차별화 전략이다.
예컨대 지난해 9월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러시아에 디지털 가전공장을 세웠다.
러시아는 인구 1억4000만명의 거대 시장이지만 핀란드 보세창고를 통한 '회색 통관(관세를 줄이기 위한 편법 수출)'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공장 설립을 꺼리던 곳.그러나 LG전자는 러시아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이곳 시장이 빠르게 투명해질 것으로 보고 과감하게 공장을 설립,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 같은 전략 차이는 실제 각 시장에서의 판매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TV,백색가전 등의 국가별 매출액을 비교해보면 삼성전자는 미국,유럽,중국에서,LG전자는 러시아,브라질,아프리카 등지에서 상대를 앞지르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