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모임,찜질방 모임,동창회….요즘 강남아줌마들이 모이는 어딜가도 최대 화제는 펀드라고 한다.

곧 있으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연말 송년모임에서도 분명 펀드투자를 둘러싼 화려한 무용담이 쏟아질 것이 뻔해 벌써부터 기대까지 된다.

몇 달 새 원금 대비 수십%의 수익을 얻다 보니 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터.마치 본인의 투자 식견이 뛰어나서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은 것처럼 의기양양한 강남아줌마들이 많다.

이런 분위기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손쉽게 감지된다.

요즘 신문지상에서 부동산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미분양과 부동산경기 급랭을 염려하는 기사만 보일 뿐 "부동산 투자를 통해 누군가 대박을 터뜨렸다"는 류의 기사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강남아줌마 커뮤니티에서 모두가 펀드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한물 간 것처럼 얘기하는 부동산투자에 대한 철썩 같은 믿음을 갖고 땅이나 임대빌딩 재개발지역을 맴도는 아줌마들도 꽤나 많다.

이런 고객들은 대체적으로 굴리는 돈의 규모가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자산만 100억원대 이상되는 슈퍼부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세상 사람들이 온통 펀드에 푹 빠져 있는 요즘에도 투자의 '중심축'을 여전히 부동산에 두고 있다.

마치 사자가 먹잇감을 향해 몸을 숙이고 소리없이 접근하듯이 말이다.

다만 2000년대 초반부터 작년까지 계속됐던 '대세 상승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철저하게 가치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짧은 기간에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입지여건과 상품성이 뛰어난 물건을 잡아놓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전략을 취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한물 간 것처럼 여겨지는 부동산투자에 강남아줌마들이 이렇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강남아줌마라면 부동산에 관한한 본능적인 DNA를 갖고 있는 듯하다.

주식이나 펀드는 시장의 부침에 따라 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지만 부동산은 어떠한 경우에도 실물 그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쩌면 본전을 지키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가장 확실하게 만족시켜 주는 투자대상이 부동산일지도 모르겠다.

금융자산만 수백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한 고객이 얼마 전 필자에게 들려준 얘기는 부자들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열망을 잘 드러낸다.

"강 팀장,지금은 펀드의 시대임에 분명해.하지만 나는 언젠가 '부동산의 시대'가 다시 올거라고 굳게 믿어." 물론 이 고객의 전망이 틀릴 수도 있지만 금융자산을 좀 더 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보유하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인식하는 강남아줌마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한 현실이다.

둘째는 임대수익에 대한 기대감이다.

임대수익으로 노후생활을 영위하는 자신의 전세대 부자들로부터 배운 학습효과가 이들에게 부동산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 없게 한다.

우리 주위에 적게는 매달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나오는 임대소득으로 생활하는 60대 이상 노령 은퇴생활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노른자위 땅'에 괜찮은 부동산 하나만 보유하고 있으면,대를 이어 먹고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제 "자식에게 현금을 물려주는 대신 부동산을 물려주기로 결정했다"며 "괜찮은 부동산 물건을 찾아달라"고 PB센터를 찾는 어르신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분위기는 자식들에게 주식 펀드 등 금융자산 형태로 유산을 상속할 경우 불과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원금까지 까먹을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다분히 깔려 있는 듯하다.

자신이 죽더라도 자식들은 안정적인 생활을 했으면 하는 마음은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셋째는 임대수익에 더한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다.

펀드나 예금 같은 금융자산에도 수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펀드나 예금 상품 자체의 가격이 뛰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은 임대수익 외에도 자산 자체의 가격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실물자산의 매력이다.

설령 현 정부가 세금정책으로 부동산투자를 옥죈다고 한들 고액자산가들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집착을 사그라뜨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이유다.

단순히 숫자로만은 계량화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부동산의 매력을 강남아줌마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실물자산이 주는 '마력'이 그들의 머릿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한 부동산이라는 투자대상은 강남아줌마들의 표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강우신 기업은행 분당 파크뷰지점 PB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