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가격은 최근 800달러 대에 진입했는데,생산 제품 가격은 오히려 올초 t당 860달러에서 최근 840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원료가격 폭등으로 900달러를 받아야 하는 제품 가격은 반대로 떨어지고 있는 거죠.3개월 동안 적자를 보고 있지만 원료 공급처와의 관계를 고려해 마음대로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할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결국 감산밖에 대책이 없죠."

삼양그룹의 석유화학부문 계열사인 김경원 삼남석유화학 사장의 하소연이다.

삼남석유화학은 일단 연간 170만t 규모인 생산량을 조만간 30% 정도 감산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최근 나프타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폭등세를 보이면서 국내 유화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폭등하고 있지만 제품 판매 가격에 원가 인상분을 반영할 수 없는 시장 상황 때문이다.

원료인 나프타는 부족한 반면 생산된 유화 제품은 넘쳐나고 있는 탓이다.


◆나프타 가격 왜 폭등하나

나프타 가격 폭등은 끝없는 유가 상승 때문이다.

또 수급 불균형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는 설비 확장은 정체돼 나프타 공급량은 그대로인 반면,나프타분해설비(NCC) 증설로 인해 나프타 수요는 크게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김평중 석유화학공업협회 팀장은 "유화업계의 원가구조 중 나프타가 차지하는 비중은 60~70%에 달한다"며 "나프타 가격이 최근 연초보다 50% 가까이 오른 탓에 석유화학 제품의 원가 상승 압력이 한계에 직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나프타 가격은 올초만 해도 t당 5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으나 최근 t당 7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800달러 선까지 올라갔다.

심지어 나프타 가격이 조만간 t당 850달러 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우선 감산"‥ "셧다운도 검토"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화업계의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

LG화학,삼성토탈,호남석유화학,여천NCC 등의 원가 부담은 연초 대비 20~40% 이상 늘어났다.

기초유분과 합성수지 등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 업체들은 아예 적자 생산을 시작했다.

국내 최대 유화업체인 LG화학과 삼성토탈은 최근 급상승한 원가 부담으로 인해 경영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들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 가운데 하나인 폴리에틸렌은 올 들어 t당 1200달러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지만,원재료인 나프타는 연초 대비 300달러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삼성토탈은 20~30% 정도 늘어난 원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경영진 비상회의를 열기 시작했다.

LG화학은 비용 절감을 위한 중.장기 전략안 수정을 검토 중이다.

고(高)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공장 가동률을 낮추거나 아예 가동을 중단(셧다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연간 180만t 규모의 PTA를 생산하는 삼성석유화학은 이달 초부터 손익분기점을 넘나들고 있다.

삼성석유화학 관계자는 "나프타 가격이 폭등해 이번 달 초부터는 공장을 가동해도 이익이 나지않는 생산 구조가 됐다"면서 "12월까지 감산이나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지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남석유화학과 KP케미칼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감산 또는 생산라인 가동 중단을 검토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최악의 나프타 시황이 국내 유화업계의 구조조정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쟁력이 약한 중소업체들이 경영난에 직면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이나 통합 논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여수,울산 등 산업단지별 또는 기업 간 '빅딜' 등의 구조조정만이 유화업계의 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

고홍식 삼성토탈 사장은 "이제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원가 절감의 한계상황에 직면했다"며 "결국 감산이나 일시적인 생산라인 가동 중단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업계 간 자율적인 통.폐합을 이뤄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