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와 LKe뱅크,옵셔널벤처스,코스닥 주가조작….

대선주자들에 대한 검증이 어려워졌다.

기껏해야 색깔론이 등장했던 1990년대까지의 대선은 물론 병역비리 등 귀에 익은 문제가 쟁점이 됐던 2002년 대선과 비교해서 확연히 '난이도'가 높아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황우석 사건 때 테라토마나 줄기세포를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일단 힘들어진 것은 최전선에서 공격과 방어를 담당해야 할 각 후보 선대위 소속 의원들이다.

정무위 소속의 한 초선의원은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검증 관련 논쟁이 본격적으로 붙으면서 관련 내용과 상대방의 논리를 익히는 데 여념이 없다.

상임위 활동을 하며 관련 지식을 쌓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해야 할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BBK사건과 관련해 전환사채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것이 경영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검증 공방이 유권자들에게 대선에 대한 무관심을 낳는다는 지적도 있다.

회사원 정태수씨(29ㆍ대구)는 일찌감치 이번 대선에 관심을 끊기로 결심했다.

그는 "관련 기사를 읽고 있어도 누가 맞고 틀린 건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아무나 찍을 수도 없어 이번에는 투표를 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는 것이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대선에서는 네거티브 공세가 힘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상대후보를 공격하더라도 대중이 공격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이상 지지의사를 바꾸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정치컨설팅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네거티브는 대중이 판단할 수 있는 대중이슈일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렸던 원정출산,고급빌라 등도 다 아는 단어"라며 "최근 검증과 관련해서는 어려운 말이 난무해 국민들이 쉽게 판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