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은행인 산업은행이 30조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증권시장의 '공룡'으로 떠올랐다.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주식 처분을 계속 미루는 사이에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탓이다.

산은 처지만 보면 주가 상승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해당 기업의 주인찾기가 지연돼 국가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26일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은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지난 6월 말 현재 25조6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산은이 보유한 주식은 2002년 말 13조9000억원에서 2003년 말 14조9000억원,2004년 말 18조2000억원,2005년 말 23조원,2006년 말 24조8000억원 등으로 급증세다.

이처럼 산은이 '큰손'으로 부상한 것은 현대건설 SK네트웍스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현대종합상사 대한통운 등 갖고 있는 주식의 시장가치가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월 말 코스피지수가 1700대에서 2000 이상으로 올랐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엔 주식총액이 30조원을 넘어섰을 것이란 게 산은 안팎의 추정이다.

이는 자산운용업계 1위 업체인 미래에셋의 주식형펀드 설정액 15조원의 두 배에 이르는 것이며,미래에셋의 총 보유주식(약 47조원)의 3분의 2를 넘는 것이다.

산은은 최근의 증시 활황에도 불구하고 보유주식 처분을 미루고 있어 다른 은행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산은이 11.1%를 갖고 있는 현대건설의 경우 주주협의회 주관사인 외환은행(지분율 12.4%)이 조속한 매각을 촉구하고 있지만 산은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산은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만 결국은 정권 말기엔 팔지 않겠다는 속셈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특히 김창록 총재가 취임한 2005년 말 이후 청와대 눈치보기가 심해져 사실상 기업구조조정이 올스톱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주요 구조조정기업의 덩치가 큰 데다 자칫 외국업체에 넘어가면 기술유출 등의 가능성이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