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율을 느낄 만큼 감개무량합니다.

3년 전 이 사업을 시작할 당시 남북관계가 껄끄러웠고 사업성도 좋지 않아 주위의 만류가 심했습니다.

한 달 정도 고민한 끝에 먼 장래를 보고 '큰 결정'을 내렸는데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합니다."

이중명 에머슨퍼시픽그룹 회장(64)은 26일 '금강산 아난티 NH농협오픈'을 참관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상상하기 힘든 과정'을 거쳐 금강산아난티골프장을 완공하고 북한에서 첫 정규 골프대회까지 연 것에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처음에 북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북한에서는 골프장이 생소한 데다 대부분의 자재를 남쪽에서 가져와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식하려는 나무가 일주일씩 통관이 안 돼 마음을 졸이던 일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국내에서 골프장 사업을 하는 것보다 편합니다.

준공검사가 있습니까,환경영향평가가 있습니까.

오직 우리 스스로 기준을 정해 하면 될 따름입니다."

이 회장은 수익성에 대한 걱정도 기우라고 했다.

골프장이나 입장료에 붙는 세금이 거의 없어 입장료 수입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10팀 정도 받아 어떻게 골프장을 운영하느냐는 우려가 있으나 걱정 없습니다.

국내처럼 특소세 부가세 종합토지세 등의 세금이 하나도 붙지 않습니다.

또 청소나 경비,캐디는 인건비가 싼 북한 사람들을 고용할 것입니다"

골프장 건설에 대한 북한 당국자의 반응도 귀띔했다.

"북한 사람들은 큰 소나무를 이식해 살려놓는 것,페어웨이 잔디를 담요처럼 관리하는 기술 등에 대해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물론 현재까지 북한 당국자 중에서 플레이를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이 회장은 클럽하우스,드라이빙레인지,숙박시설을 내년 3월 완공한 뒤 내년 말이나 내후년께 규모를 늘려 다시 한 번 대회를 열 계획임을 내비쳤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창을 초청해 북한 당국자와 함께 시구함으로써 금강산 골프대회를 '남북 평화의 장'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포부다.

그는 "아난티골프장 회원권은 지금까지 약 2000장 팔렸고 500장 정도 추가로 분양할 예정"이라면서 "초기 투자금 900여억원은 대충 회수된 셈"이라고 밝혔다.

/금강산=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