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3ㆍ4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1.4% 증가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2% 늘어났다고 어제 발표했다.

비록 GDP 증가율이 전분기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2개 분기 연속 5%대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경기회복세가 완만하게나마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경제가 3분기에도 비교적 괜찮은 성적을 올린 것은 민간소비 확대와 수출 증가세 지속 등에 힘입은 바 크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분기(0.8%)를 크게 앞선 1.5%에 달했다.

실질국내총소득(GDI)이 전기 대비 1.5% 늘어나는 등 생산 및 소득지표가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높은 성장세를 유지중인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그러나 걱정스런 면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지난해 초부터 증가 추세를 보였던 설비투자가 전분기 대비 5.8% 줄어든 것은 예사롭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설비투자는 당장의 경기회복 여부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성장의 핵심(核心)요인이란 점에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안된다.

또 건설부문의 지속적인 침체도 향후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경제상황은 불안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게 옳을 것 같다.

이런 판단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 세계경제환경의 변화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파문으로 인해 미국 경제는 무척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9월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실적은 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대형투자은행인 메릴린치의 3분기 실적도 분기 단위로는 사상 최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중국경제 기상의 급변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중국 통계국은 3ㆍ4분기에도 11.5%의 성장률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과열 억제를 위해 강도 높은 긴축(緊縮)에 나선다면 우리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폭등,그리고 달러약세를 반영한 원화 강세 등은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는 악재다.

어느 것 하나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우리 경제를 둘러싼 국제환경이다.

환율과 금리 등 정책변수들을 탄력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국제경제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채비를 서둘러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