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으로 촉발된 신용위기가 진정되고 있지만 그 여진이 만만치 않다.

메릴린치는 서브프라임 관련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 3분기 중 22억4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메릴린치의 93년 역사상 분기 단위로 가장 큰 손실폭이다.

손실이 이같이 늘어난 것은 79억달러어치의 채권을 상각(손실처리)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상각 규모가 45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3주 만에 34억달러가량의 손실이 늘어난 셈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이날 메릴린치에 대한 신용등급을 각각 한 단계씩 떨어뜨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실적 부진으로 이날 3000여명의 직원을 감원하고 국제투자부문 대표를 퇴진시킨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지난 9월 중 기존주택 매매 실적은 8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주택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모기지 부실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뉴욕 증시엔 '헤지펀드가 추가로 청산될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변수는 또 있다.

'변동금리 옵션부 모기지(option ARM)'가 그것이다.

이 대출은 첫 2~3년 동안 낮은 이자만 부담하다가 이후 변동금리가 적용돼 원리금 부담이 증가하는 대출이다.

상환 부담이 커지면 연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댈 곳은 역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뿐이다.

이날 FRB가 임시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던 것이 단적인 예다.

선물시장에선 오는 31일 예정된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이 86%로 높아졌다.

0.5%포인트 인하할 확률도 14% 반영됐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