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람 < 호서대 골프학과장 aramsuh@daum.net >

지난 주말 울산 마우나오션CC에서 국내 유일의 LPGA 정규대회 '하나은행ㆍ코오롱 챔피언십' 경기가 열렸다.

MBC 중계방송 코스 해설을 맡기 위해 이 대회를 참관했던 나는 갤러리들이 서울 근교에서 시합하는 것만큼이나 많이 모인 모습을 보고 놀랐고,한편으론 흐믓하기도 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갤러리들이 많은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물론 스폰서 측에서도 입장권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시합 마지막 날 오전에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린에서 움직이는 볼이 바람 부는 방향으로 바뀔 정도였다.

이날 외국 선수들은 날씨가 안 좋아 플레이를 못 하겠다고 항의했고,시합을 주관하는 쪽에서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 참석한 한국 선수들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외국 선수 몇몇이 주동이 돼 나선 모양이다.

LPGA협회 관계자들은 선수들과 캐디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회의를 열어 선수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플레이를 중단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갤러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때문에 몇몇 선수들이 미안한 마음에 사인을 해 주며 갤러리들을 달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골프장에서 선수와 갤러리들의 입장은 다르지만 매너에 관한 한 다를 게 없다.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싶은 선수들과 가까이서 멋진 플레이를 보고 싶은 갤러리들.조금이라도 가까이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선수가 신경 쓰일 정도로 다가가거나 소음을 내면 좋은 플레이를 기대하기 힘들다.

골프를 치는 사람의 매너 못지않게 관전하는 사람의 매너도 중요하다.

먼저 선수들이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만약 선수들이 샷하는 방향에 있게 되면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멋진 모습을 담아 두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진도 찍으면 안 된다.

그리고 침묵해야 한다.

선수들이 지나가야 하는데도 갤러리들이 길을 막는 경우가 있다.

먼저 가서 자리 잡겠다는 의욕 때문이다.

이해는 되지만 선수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진행 요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여러분들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선수들은 한국에 다시 안 옵니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그리고 머물다 지나간 자리는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

나무와 풀들이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코스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보여준다면 당신은 완벽한 매너를 갖춘 갤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