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사무용기기업체 휴렛팩커드(HP)사와 손잡고 '글 읽어주는 스캐너' 상품화에 나섰다.

HP와 한 배를 탄 기업은 경기 성남 분당의 마우스캔(대표 유양근.문영찬).복사기로 유명한 제록스 본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유양근 사장이 한국제록스에서 일하던 문영찬 대표와 만나 2002년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는 최근 손에 쥐고 마우스처럼 책이나 신문 등을 훑으면 해당 부분의 글을 사람이 말하듯이 읽어주는 핸드스캐너인 '보이스캔'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같은 부분을 여러 차례 지나가거나 원을 그려가며 스캔하더라도 평면스캐너로 읽어들인 것처럼 정확하게 하나의 문서로 인식해 읽어준다.

기존 핸드스캐너나 펜 스캐너 등은 명함이나 특정 단어처럼 짧은 부위의 글은 정확하게 인식했지만 신문처럼 넓은 면적을 스캔할 때는 여러 차례에 걸쳐 글을 읽어들여야 해 정확도가 70~80%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스캐너를 움직이는 동안 손이 흔들리고 같은 부위가 중복되더라도 이를 보정하기가 힘들었기 때문.따라서 '책을 읽어주듯' 자연스럽게 음성으로 변환할 수도 없었다.

마우스캔은 처음 스캐너를 댄 부분을 고정좌표로 삼고 스캐너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좌표로 변환,중복된 부분을 삭제함으로써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유 사장은 올초 국내 특허를 받은 이 기술을 가지고 지난 2월 무작정 HP에 연락을 시도했다.

HP는 10년 전 7년간 7000만달러를 들여 이와 비슷한 '책 읽어주는 스캐너'를 개발했으나 정확성이 떨어지고 수요가 적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사업을 접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

HP는 마우스캔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시 제품을 생산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이 회사에 자사가 보유한 특허기술 39건을 제공하고 이 중 마우스캔이 고르는 20건은 독점 사용하도록 하는 계약을 지난 7월 체결했다.

주로 읽어들인 이미지를 적은 용량으로 저장하거나,빠르게 듬성듬성 읽어들인 이미지를 보정해 주는 보조기술 등이다.

마우스캔과 HP의 기술력이 합쳐진 보이스캔의 인식 정확도는 영어의 경우 99%에 달한다.

마우스캔과 HP는 조만간 맹인용.어학용 핸드스캐너를 선보일 예정이다.

유 사장은 "1000만명에 달하는 미국 맹인들을 대상으로 우선 판매할 계획"이며 "2010년까지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