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전공후 MBA스쿨 졸업…관련 프로그램 꾸준히 늘어

10여년 전 조기 유학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뒤 대학 전공 결정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던 이씨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택했고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을 나왔다.

이씨는 "이공계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컨설턴트 생활에 이렇게까지 도움이 될지 몰랐다"며 "법대에 진학했다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와 같이 이공계 학부를 졸업한 후 MBA스쿨 등 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네오 엘리트(Neo-Elite)' 코스를 밟으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기 유학을 다녀온 유학생들 사이에서 '네오 엘리트' 코스는 이미 일반화한 트렌드다.한국에서 고교를 나온 학생들 중에서도 '이공계-MBA스쿨' 코스를 놓고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기 유학생을 대상으로 입시 컨설팅을 하는 서울 선릉역의 세한아카데미.중학교 때 2년간 미국으로 유학갔다 돌아온 한 고3 학부모는 이곳에서의 상담 결과에 대해 묻자 "생물학과와 컴퓨터공학과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어머니는 "아이가 사회의 주역이 될 20년 후면 학부보다는 전문대학원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대학 졸업 후 MBA스쿨에 진학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로스쿨,MBA스쿨 등 전문 대학원 제도가 활성화되면 과거 경기고-서울대 'KS' 코스처럼 '이공계-MBA스쿨'이 새로운 엘리트 코스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실제로 국내에도 네오 엘리트를 꿈꾸는 학생들을 겨냥한 MBA 프로그램 들이 많아지는 추세다.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원의 경우 이공계 출신을 겨냥한 MBA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걸고 학생을 모집한 지 10년이 됐다.최근 MBA스쿨 인가를 받은 한양대와 한국정보통신대도 각각 SKT MBA,글로벌 IT MBA라는 IT 분야 전공자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권동수 KAIST 입학담당 교수는 "미국 등 전문대학원 제도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이공계 학부를 졸업해 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일반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며 "한국도 미국과 같은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도연 서울대 공대 학장은 "지난해 고려대 의대를 포함해 지방 의대에 합격하고도 서울대 공대로 진학한 학생이 11명이나 된다"며 "전문대학원 덕에 이공계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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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풀이]

○네오 엘리트

1999년 '21세기 21가지 미래 대예측'에서 처음 나온 용어.당시에는 정보 격차가 줄어들면서 생성된 새로운 엘리트 계층을 지칭했다.

최근에는 이공계열 전문지식과 경영학 등 인문계열 지식을 두루 갖춘 새로운 엘리트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들은 학부에서 이과적 소양을 닦고 MBA스쿨에 진학하는 것을 '정통 네오엘리트 코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