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신문의 지식포럼 강사로 방한한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74)의 특강이 있던 지난 16일 성균관대 강의실.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그의 특강을 듣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로 강의실은 설자리조차 없었다.펠프스 교수를 초청하기 위해 성균관대가 지불한 돈은 수천만원.

오후 3시부터 그의 강의가 시작됐다.펠프스 교수가 강의노트를 들고 들어서자 강의실은 기대감으로 술렁였다.강의 주제는 '세계 경제의 세력과 채널'.

하지만 펠프스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와 존경심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트랜스미션 메커니즘의 관점에서 보면 케인스주의 이론이 맞지 않습니다.구조주의 모델에서는 예측을 달리하죠."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전문용어를 남발하며 강의를 이어갔다.자신의 이론을 두서없이 읽어 내려가는 통에 강의 시작 20분 만에 강의실 분위기는 흐트러졌다."저렇게 무성의한 강의는 처음 들어본다"며 일부 학생은 졸거나 퇴실했다.펠프스 교수의 지루한 강의는 오후 4시 정각에 끝났다.

기다렸던 질문시간.자신을 성균관대 학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이 '엔케리 트레이드'에 대해 물었다."깊이 말씀드릴 부분이 없습니다."그는 성의없이 답변했다.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향후 전망에 대해 묻는 질문에도 그는 '귀찮다'는 태도로 일관했다."최소 2년 뒤에는 해결되지 않을까 합니다." 보다 깊이 있는 대답을 기대했던 질문자들은 실망했다.

대충대충 끝낸 질의 응답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수천만원짜리 비싼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대부분 "형편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겹치기 출연'으로 비난을 샀다.그는 매경이 거액을 주면서 맺은 계약서도 읽지 않고 또다른 행사에 'OK'했다가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성균관대 관계자는 "실력은 노벨상 수상자일지 몰라도 도덕성은 빵점"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최근 대학들이 강의 한번에 수천만원씩 하는 '노벨상 수상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하지만 '헛돈'만 쏟아붓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성선화 사회부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