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컴퓨터 하드디스크(HDD)를 대체하는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SD)라는 제품이 새로운 시장을 열 것이다"

이는 '황(黃)의 법칙'으로 유명한 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이 올해 하반기 돌풍이 기대되는 제품으로 SSD를 꼽으며 강조한 말이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디지탈퍼스트는 이러한 SSD 분야를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기술벤처기업 엠트론(Mtron)을 최근 계열사로 편입, 새로운 성장엔진을 달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영향으로 연초 3000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던 주가도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며 10월 중순 현재 다섯배 가까이 오른 1만4000~5000원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디지탈퍼스트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비율이 10%대 중반에 머물고 있는 점이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에 다소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세대 저장장치 'SSD'..시장규모 40조원 전망

SSD는 플래시 메모리를 디스크 드라이버로 사용하는 저장 매체로서, 컴퓨터에 남아있는 유일한 아날로그 장치인 HDD를 교체할 차세대 저장장치로 주목받고 있는 제품이다.

적용 분야는 모든 PC와 노트북, 모바일 기기, DMB-내비게이션, 디지털카메라, 산업용 컴퓨터 시스템 등 다양하다.

향후 SSD의 전세계 시장 규모는 2008년과 2009년 각각 40조원 정도로 업계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자(子)회사 엠트론 글로벌업체로 비상..해외 관심 뜨거워

모(母)회사 디지탈퍼스트는 SSD 설계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비상장사 엠트론의 지분 5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디지탈퍼스트는 현재 엠트론 합병을 위한 실무작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11월 중에 모든 합병 절차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탈퍼스트에 따르면 엠트론은 지난 2005년 10월 50여명의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 석,박사 연구원들을 구성원으로 설립됐고, 실제 SSD 분야 연구는 이보다 앞선 2000년부터 서울대 산학 연구소에서 시작됐다.

이렇게 첨단 전기전자(IT)업체로 성장한 디지탈퍼스트와 자회사 엠트론에 대한 평가는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 뜨겁다.

지난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전시회 ‘세빗 2007’에서 350만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SSD 기술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지난 7월에는 미국의 투자회사 메릴린치로부터 SSD 원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아 거액의 투자자금도 유치했다.

디지털퍼스트가 발행한 해외 전환사채(CB)를 통해 메릴린치가 1500만달러(한화 약 14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10월 현재까지 미국 일본 등 해외로부터 수주받은 금액만 3000억원에 이른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전문가들 반응 고무적..BNP파리바 극찬

국내외 증권사들의 반응도 고무적이다.

외국계 증권사인 BNP파리바는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엠트론이 개발한 SSD는 속도면에서 경쟁 업체들의 제품을 압도한다"면서 "낮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성을 낼 수 있는 사업구조까지 갖추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 영향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의 디지털퍼스트 보유 지분율은 9%대로, 연초대비 8%포인트 가량 늘어났다.

특히 보고서가 발표된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간 매수세가 몰렸고, 이 기간에만 외국인들은 160만여주 순매수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현 시가총액 10분의1 수준인 200억원에 달한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최근 "엠트론의 기술은 세계적인 IT박람회 '세빗 2007'에서 그 높은 성능을 인정받았다"면서 "삼성전자와 샌디스크 등 국내외 대기업의 SSD 제품보다 비교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SSD 제품 생산이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여 1000억원대의 매출과 30%대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7년 매출 7000억 전망..시장서점 효과 누릴 듯

디지탈퍼스트는 올해 엠트론이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08년도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3500억원과 945억원으로 전년대비 큰 폭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선점 효과로 인해 높은 부가가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엠트론은 삼성전자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플래시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로 했다. 본격적인 SSD 제품 양산을 위해서다.

디지탈퍼스트 관계자는 "휴대전화 CDMA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퀄컴社처럼 해외 경쟁사들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원천기술 보유업체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