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에 대비해 포이즌 필(Poison Pill·독소 조항) 등 경영권 방어책을 도입한 일본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10일 일본 노무라증권 금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일 현재 적대적 M&A에 대한 경영권 방어책을 도입했다고 발표한 일본 기업은 총 400개로 나타났다.

2005년에는 27개 기업이 방어 대책을 도입했으나 지난해엔 전년의 약 5.6배인 151개사로 늘었고 올 들어서도 이미 작년의 1.5배인 222개사가 경영권 방어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방어책을 마련한 기업은 전체 상장사의 1%로 늘어났다.

경영권 방어책 도입이 급증한 것은 지난 5월부터 자회사를 통한 주식 맞교환 방식의 기업 인수인 '3각 합병'이 일본에서 허용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일본 기업들은 3각 합병 허용으로 외국 기업들의 적대적 M&A가 더욱 쉬워졌다고 보고 있다.

또 실제 외국계 펀드를 중심으로 알짜 일본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가 잇따른 것도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책 도입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기업들이 도입한 경영권 방어책은 주로 포이즌 필로 불리는 신주 예약권 방식이었다.

기업 매수자를 배제한 나머지 주주들에게 신주를 발행함으로써 매수자의 지분율을 강제적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노무라증권의 니시야마 전략가는 "일본 기업들은 종전과 달리 적극적인 발동 의지를 갖고 경영권 방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