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미국 회사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순익에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외국 회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가 늘어나면서 경영 환경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기업들에 불모지였던 중국이 지금은 매출뿐 아니라 순익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는 곳으로 변모했다"며 "많은 사람들은 중국을 수출 국가로만 여기지만 중국은 이제 휴대폰 컴퓨터 원자재 등의 글로벌 소비 시장이기도 하다"고 보도했다.

1998년 AT커니의 조사에 따르면 다국적기업의 3분의 1가량이 중국에서 손해를 봤다.

4분의 1가량은 겨우 적자를 면했다.

1999년 미국상공회의소가 "중국에서 수익을 내는 데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한가"라는 설문조사를 했을 때 대다수 미국 기업들은 답변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은 이제 미국 기업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되고 있는 것.미·중 비즈니스협회가 중국에 진출한 미국 회사를 대상으로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83%는 "중국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고 답했으며,"지난해 순익이 2005년에 비해 증가했다"는 답변도 58%에 달했다.

또 시장조사 기관인 리비어데이터의 분석에 따르면 2001년 미국 상장기업 가운데 매출의 5% 이상을 중국에서 얻는 기업은 44개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08개사로 증가했다.
美기업, 中시장서 수익↑ 콧노래

일례로 인텔은 중국 매출이 2000년엔 전체 회사 매출의 6.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14%로 두 배 이상으로 뛰었고,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향후 3년 내 중국 매출이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이 미국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중국의 소비 시장 확대와 관련이 많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10년간 거의 세 배로 늘었고 이 과정에서 컴퓨터 휴대폰 등을 비롯한 정보통신(IT) 제품의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또 건설 붐으로 인한 각종 원자재 수요도 급격히 늘어 관련 기업들의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미국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도 주효했다.

미국의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는 이미 2005년 중국을 글로벌 전략 기지로 선정하고 고위 임원들로 구성된 '중국위원회'를 운영,각종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제약업체 아스트라젠카는 최근 중국 내 조사·구매 부문 사업부를 확장했으며,인텔은 중국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켰다.

KFC와 피자헛 등을 운영하는 '염 브랜즈'는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현지화에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 내 매출 둔화에도 불구하고 3분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증가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중국 사업에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미국 기업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중국에 진출한 598개 회사의 2005년 결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51.8%가 적자를 기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초 중국에 진출한 400여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중국의 기업 경영 환경에 대해 '변화 없을 것'(49.1%) '악화될 것'(33.1%) '호전될 것'(17.8%) 순으로 답해 중국 사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