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오버파로 뒷걸음질쳤지만,국내에서는 세계랭킹 12위의 '벽'을 넘을 선수가 없었다.

'흑진주' 비제이 싱(44·피지)이 국내골프 내셔널타이틀인 제50회 코오롱-하나은행 한국오픈골프대회(총상금 10억원)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 대회 50년 사상 23번째 외국선수 우승이다.

싱 본인으로서는 지난 95년 패스포트 오픈 이후 12년만의 한국대회 우승이다.

싱은 7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2오버파(버디3 보기5)를 쳤다.

그러나 3라운드까지 2위와 4타 간격을 벌려놓은 데 힘입어 이변없이 우승컵 주인공이 됐다.

싱의 합계 스코어는 6언더파 278타로 공동 2위 양용은(35·테일러메이드) 김경태(21·신한은행)와 2타차다.

이번 대회 출전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았던 싱은 '시차'와 '코스' 적응이라는 두 가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대회 초반부터 선두에 나서며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했다.

첫날만 1타차 단독 2위였을뿐,2라운드에서 단독 1위에 나선 뒤 72번째홀까지 단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고 우승컵을 안았다.

우승상금 3억원은 국내 골프대회 사상 최고액이다.

싱은 최종일 16번홀까지 3타를 잃으며 양용은과 강경남(24·삼화저축은행)에게 1∼2타차로 쫓기기도 했다.

그러나 장타자 싱의 위력은 18번홀(파5)에서 발휘됐다.

2위권과 1타차였던 싱은 홀까지 260야드 정도 남기고 친 세컨드샷을 그린 뒤 프린지에 갖다놓은 후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싱에게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지난해 챔피언 양용은.17번홀까지 중간합계 4언더파였던 양용은은 18번홀에서 3m 버디기회를 맞았으나 그 퍼트가 홀 오른편을 스쳐지나고 말았다.

실낱같은 연장돌입 기회를 잃어버린 것.김경태는 합계 4언더파 280타로 양용은과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했다.

그는 상금 7900만원을 받아 시즌 상금액이 5억862만여원에 달했다.

국내 남녀프로골프 사상 한 시즌 상금이 5억원을 돌파한 것은 김경태가 처음이다.

김경태는 이번 주 신한동해오픈 등 앞으로도 3∼4개 대회를 남겨두고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