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절상과 고유가,미국의 경기둔화 등 대외 여건이 나빠졌음에도 수출은 유례없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수출액이 32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는 조업일수가 반영된 하루 평균 수출액이 15억2000만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였다.

원화 강세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수출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19개월 연속 10% 이상 증가율을 보였다.

이 같은 수출 증가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역설해온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이 개도국들의 경제 성장과 맞물려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으로의 수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수출을 계속 늘리려면 석유와 원자재 가격 강세로 혜택을 보고 있는 중동 중남미로의 수출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개도국으로의 수출 급성장

1990년대 이후 개도국으로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선진국 수출은 연평균 7% 증가에 그친 반면 대개도국 수출은 15.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1년 이후에는 대개도국 수출 증가율이 대선진국 수출 증가율을 추월했고 수출 비중도 개도국이 50%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 아세안 등의 성장으로 아시아 신흥국 간 역내 수출 비중이 1986년 26%에서 지난해 44%로 늘었다.

중국 아세안 등은 20% 이상의 높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전체 수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대선진국 수출 비중은 같은 기간 62%에서 지난해 43%로 떨어졌고 이 중 미국으로의 수출은 그 비중이 28%에서 17%로 감소했다.

◆주력 전통산업 부상

2005년부터 최근까지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주가 변동률은 우리나라 수출 산업의 구조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철강업체인 포스코의 경우 20만2000원에서 68만5000원으로 오른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65만9000원에서 55만3000원으로 내렸다.

선진국 중심의 정보기술(IT) 산업이 둔화되고 있는 반면 철강,조선 등 전통산업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등 자원난이 심각해져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자원 보유국들의 경제도 동반성장했다.

중국 등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경제 발전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들 국가에서 조선 철강 기계 석유화학 등 중화학제품 소비가 크게 늘었다.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는 이 같은 전통산업의 실적 호조에 힘입은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으로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전통 주력산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전통 주력산업의 생산 증가율이 IT산업 침체기였던 2001년 2~3분기 이후 처음으로 IT산업 생산증가율을 추월했다.

과거에는 IT 산업이 둔화될 경우 1분기 정도 시차를 두고 주력 전통산업도 둔화됐으나 올해는 IT 산업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통 산업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동 중남미 등 공략해야

중국 등 신흥시장국들의 경제 성장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일시적으로 조정 국면을 거칠 수 있지만 전반적인 경제성장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원자재와 자본 수요도 줄어들지 않고 자원보유국들의 경제도 잘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국가에서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내구소비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석유와 원자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중동과 중남미로의 수출은 그다지 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개도국 수출 비중은 1996~2000년 50%에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9%로 늘었지만 중동 수출 비중은 각각 4%에서 5%로 증가했을 뿐이고,중남미 수출 비중은 6% 그대로다.

이에 따라 중동과 중남미 수출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동 지역에서 석유로 벌어들인 돈으로 다른 산업을 육성하려는 바람이 불고 있고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는 동양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점 등은 고무적이다.

김은성 무역진흥공사 중앙아시아팀장은 "중동 지역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IT 산업과 의료 금융 등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며 "산유국 시장에서 기존에 잘 해왔던 분야뿐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도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들어 중동에서는 그동안 미국 영국 등에 너무 의존해 왔다는 시각이 늘어나면서 '동양을 다시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