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면담 계획을 둘러싼 논란이 '진실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주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이 공식 브리핑을 통해 "면담 일정이 잡혔다"고 발표한 데 대해 백악관과 주한 미국대사관이 "계획이 없다"고 부인하고 이에 대해 당이 다시 "달라진 게 없다"고 재확인하면서 혼란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일 공식 입장표명을 통해 "백악관이 부시 대통령과 이 후보간 면담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런 면담은 계획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주한 미대사관 맥스 곽 대변인도 이날 한국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부시대통령과 이 후보의 면담계획이 없음을 거듭 확인하고 "이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8일 이 후보가 오는 14~18일 미국을 방문,부시 대통령과 공식 면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한 미대사관의 발표대로라면 이 후보의 '부시 면담' 계획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친'꼴이 돼 이 후보에게 정치적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박 대변인은 "현재 확인된 것은 전혀 없다"면서도 "당초 이번 일정을 주선했던 백악관 강영우 차관보의 말을 빌리면 현재까지 달라진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면담 성사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없지 않다.

백악관이 이 후보 측에 보낸 문서에 적힌 'give every consideration'이라는 문구는 이 후보 측의 긍정적 해석(면담 추진에 최선을 다할 것)과는 달리 외교가에선 "성사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강 차관보의 소식을 이 후보 측에 전달하고 있는 박대원 전 서울시 국제관계대사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백악관 스케줄은 (면담) 일주일 전에야 나온다"며 "어제(1일) 강 차관보와 통화했는데,국내 추측과는 별도로 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박 전 대사는 "백악관 의전실장이 강 차관보에게 조만간 연락을 할 것"이라며 다음 주 초 국내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사는 이어 "면담과 상관 없이 이 후보가 14일부터 3박5일간 워싱턴과 시애틀을 방문하고 보잉사,실리콘밸리 등을 둘러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