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김정중 서울서부지법 판사.'젊은 판사의 튀는 행보'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올 정도로 김 판사는 이번 일로 검찰의 '공공의 적'이 됐다.

1일 검찰이 전국고검장회의를 열고 법원의 잇달은 영장 기각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김 판사 때문이다.

그러나 김 판사를 잘 아는 지인들은 그가 튀거나 돌출발언을 하는 인물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조용한 스타일로 오히려 원칙주의자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김 판사도 신씨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청구된 영장의 혐의내용만 보면 구속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며 원칙에 입각해 영장을 처리했음을 강조했다.

김 판사는 영장 기각으로 논란이 일자 "(원칙대로 처리했는데)검찰이 당황하는 것을 보니 내가 더 당황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시험 36회 출신인 김 판사는 그동안 '튀는 판결'을 거의 내리지 않았다.

지난해 홍대 앞 클럽의 업주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판결이 그나마 두드러진다.

춤을 추려면 '유흥주점'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홍대 앞 클럽들은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실제로는 고객들이 춤을 추게 하고 있다.

젊음의 거리에서 어느 정도 일탈은 허용할 만하지만 김 판사의 '원칙적인 판결'로 홍대 앞 50여개 클럽들은 문을 닫을지도 모를 형편에 처했다.

김 판사는 판결이유를 설명할 때도 구어체로 전달하는 등 차분하게 소송 당사자들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전담 판사제는 1997년 구속영장 실질심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검찰'을 상대하는 자리인 만큼 영장전담 판사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며 법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선수로 통한다.

신씨의 영장이 재청구되면 부장급의 다른 판사가 재청구 영장을 심사토록 하는 법원의 '관행'에 따라 같은 법원 장진훈 형사11부 부장판사가 심사할 전망이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영장이 이번 주 청구된다면 김 판사가 심사를 하지만 다음 주에는 또 다른 영장 담당인 정재훈 판사가 심사한다.

공교롭게도 서울서부지검은 변 전 실장에 대한 영장 청구를 다음 주로 미뤘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