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라는 큰 이야기 속에 묻혀있는 개인의 '작은 이야기'들을 제 소설 속에 담고 싶었습니다."

소설가 김연수씨(37)가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문학동네)을 펴냈다.

2005년 가을부터 계간지에 4차례 연재해온 것을 묶은 것이다.

소설은 1991년 5월 어느 대학의 총학생회에서 일하던 주인공 '나'와 여학생 정민이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들이 서로에게 이끌리는 것은 함께 학생 운동을 한다는 '동지애' 때문이 아니라 서로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되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둘의 삶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학병으로 끌려갔던 '나'의 할아버지,1964년 수류탄 투척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다가 자살하게 되는 '정민'의 삼촌의 인생까지 담겨 있다.

이러는 와중 방북 대표단으로 뽑힌 '나'는 북한으로 들어가기 위해 독일 베를린으로 떠난다.

주인공은 그 곳에서 안기부 프락치였던 강시우라는 사람을 만나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작가는 자신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던 1991년의 기억을 한번쯤 소설에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쓰게 됐다고 한다.

1991년은 대학생 강경대군이 시위 도중 숨지고 대학생들이 잇따라 분신 자살하던 시절이다.

"단지 '치유'를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적 흐름 속에서 개개인의 삶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주목하고 싶었습니다.

역사는 논리적이지만 개개인은 비논리적이고 뒤엉킨 삶을 살게 되지요.

소설은 개인들의 작은 이야기를 복원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이렇게 '작은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단지 개인의 삶에만 주목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역사 또한 역사 개개인의 여러 시선을 통해 겹쳐서 봐야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화자가 할아버지의 유품으로 간직한 서양 여자의 입체 누드사진이 사건 전개의 중요 모티브가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작가는 "입체 누드 사진은 두 장의 사진을 겹쳐볼 때 심도 있는 형상이 나타나듯,역사도 개인과 길항작용을 통해 전개된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