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유령 자회사를 내세워 국내 대형 부동산을 매입한 해외 펀드의 투자 관행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외국계 법인·펀드의 국내 부동산 매입시 편법 탈세 관행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현재 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의 스타타워에 대한 169억여원의 취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타타워는 2004년 싱가포르투자청이 설립한 법인 '리코시아'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사들였으나 취득세를 내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민중기)는 28일 'TMW아시아 프로퍼티드 펀드 원(이하 TMW)'이 서울시 중구청장을 상대로 "서울시티타워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취득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독일계 펀드인 TMW는 2003년 8월 자회사'TMW 서울시티 리얼이스테이트'와 'TMW 서울시티 프로퍼티'를 설립하고 한 달여 뒤 이들 회사로부터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서울시티타워'의 주식을 50%씩 사들이게 했다.

이를 통해 TMW는 서울시티타워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됐지만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지방세법에 따르면 부동산을 소유한 법인의 주식을 살 경우 지분이 51% 미만이면 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하지만 중구청은 2006년 3월 TMW가 서울시티타워의 실질적인 '과점주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3억여원의 세금을 부과했고 TMW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TMW의 두 자회사는 서울시티타워의 주식을 사들인 것 이외에는 사업 실적이 없는 명목상의 회사(Paper Company)이기에 이 건물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TMW로 봐야 한다"며 "이 회사를 서울시티타워의 실소유주로 본 중구청의 취득세 부과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