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합니다."

미국 렌터카 업체 AVIS는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최고,최대,원조(元祖)가 난무하는 마케팅 풍토에서 찾아보기 힘든 진솔함이 묻어난다.

'지금 1등을 향해 뛰고 있으니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보라'는 뉘앙스도 강하다.

절대 강자가 없는 글로벌 기업의 세계,후발 2인자로서 정상에 오른 회사로는 어디가 있으며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목표를 쟁취했을까.

'1등을 뛰어넘은 2등 전략'(김병욱 지음,좋은책만들기)은 자기 나름의 틈새 마케팅으로 거대한 장벽을 무너뜨린 성공 사례들을 모았다.

작년 총 매출에서 롯데를 따라잡은 신세계의 리턴 마케팅,10여 년간 부동의 1위였던 라이벌 GS를 제치고 선두로 나선 CJ홈쇼핑의 차별화,대한항공에 맞선 아시아나의 문화 비즈니스,거대 공룡 국민은행과 힘겨루기 중인 신한은행의 블루오션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저자는 무리한 사업 확장이나 새 시장 개척보다는 기존 제품들이 신경 쓰지 않았던 요소를 새롭게 부각시키는 것만으로 '만년 2등'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으로 생수를 마시는 가정이 늘자 지하 150m 천연 암반수임을 강조해 돌풍을 일으킨 하이트맥주,탄산 음료만으로는 도저히 코카콜라의 상대가 되지 않음을 간파하고 스낵 유통 사업으로 승부를 건 펩시,저가 화장품의 원조인 미샤를 밀어낸 더페이스샵의 '자연주의',물건 값을 깎는 흥정의 개념을 도입해 옛 장터의 맛을 느끼게 한 G마켓처럼.

'1995년 만도는 회사 이름을 숨긴 채 김치 냉장고 딤채를 출시했다.

자동차 부품 업체가 만든 제품이라는 선입견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광고에서도 밝히지 않았다.

핵심 타깃은 강남 대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45세 전후 주부층.소비자 반응 조사와 품질 보완을 통한 체험 마케팅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회사의 계산은 맞아떨어졌다.

땅 속 김장 김치 맛의 재현.입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304쪽,1만6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