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반(反)정부 시위가 유혈사태로 치달으면서 미얀마 군사정부를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 등 미얀마에 영향력을 가진 주변국들은 사태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서방국가들의 제재가 미얀마 군사정부를 크게 압박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미얀마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격화되는 미얀마 시위

미얀마 군정은 27일 무장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10일째 시위를 벌인 7만여명의 군중을 강제 해산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인 1명을 포함,9명이 숨졌다고 현지 외신들이 보도했다.

수만명의 군중들은 군경의 무자비한 강제 진압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부터 양곤 시내 중심가의 술레탑(塔)에 다시 모여들었으나 무장 군인들은 발포와 최루탄 발사로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양곤시내 상가 대부분은 전날 대규모 시위와 강제 진압의 여파로 철시한 상태였으며 군경이 불교사원을 사전에 봉쇄해 이날 시위에 승려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군중들이 시위대의 발포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들이 해산하지 않자 무장한 군인들은 강제 진압에 나섰으며,일본 'APF 뉴스' 소속 사진기자 1명을 포함해 최소 5명이 술레탑 주변에서 총에 맞아 숨졌으며 수십명이 부상했다.

또 양곤 동쪽의 동부도로에서는 77여단 소속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나타나 군중에게 소총을 난사해 현장에서 3명이 숨졌으며 군인들은 사체를 길가 도랑에 버렸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에 흐툿 미얀마 정부 대변인은 양곤 시내에서 진압군과 시위대의 충돌로 일본 사진 기자 등 9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했으며,정부군도 31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강대국들의 '동상이몽'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선진8개국(G8) 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얀마 정권은 폭력을 중단하고 화해를 위한 대화를 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은 반기문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강제 진압은 미얀마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할 뿐"이라며 "미얀마 특별자문관으로 이브라힘 감바리 전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은 오히려 미얀마 군사정부를 간접적으로 두둔하는 모습이다.

왕광야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미얀마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제재가 현지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미얀마 사태는 어디까지나 '국내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간섭할 필요가 없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이 '미얀마의 인권'보다는 '풍부한 천연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군사정부의 강경진압에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비상걸린 한국 기업

미얀마주재 한국대사관은 27일 오전 현지 기업인,KOTRA 관계자 등과 함께 합동대책회의를 열고 반정부 시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유혈사태가 발생한 미얀마에 대한 여행경보 단계를 기존 '여행유의'에서 한 단계 높은 '여행자제'로 상향 조정했다.

KOTRA 미얀마무역관의 김종상 과장은 "대중교통도 원활하지 못해 시위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과 유통 측면에서 직접적인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국 기업들의 미얀마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KOTRA에 따르면 미얀마 양곤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은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포스코 등 52개이며 이들의 투자 규모는 지난 5월 기준으로 37건,2억4300만달러이다.

김희중 KOTRA 아대양주 차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기업도 추가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얀마주재 한국대사관의 송선철 서기관은 "한국인 대부분은 양곤 시내가 아닌 외곽에 거주해 한인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석/김유미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