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178개국을 대상으로 2006년 4월부터 2007년 6월까지 기업환경 변화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해 23위보다 7계단이 떨어진 30위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정부가 기업환경개선을 하겠다고 부산을 떨었던 데 비하면 참으로 부끄러운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창업(創業)환경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9계단이나 떨어진 110위에 그쳤다는 점이다.

세계은행 평가를 보면 한국에서 창업할 경우 총 10단계, 평균 17일이 걸렸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은 이보다 짧은 6단계, 14.9일이었다.

창업비용도 우리가 OECD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물론 과거에 비해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다른 나라들이 훨씬 더 빨리, 과감하게 창업환경을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창업이 어렵다는 것은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창업만 그런 게 아니다.

고용, 투자자 보호, 소유권 등기, 은행 융자, 폐업 등의 측면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기업환경이 더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으며 나아진 것은 교역 분야가 거의 유일하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

기업환경 측면에서 경쟁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창업이 왕성하게 일어나고, 기업투자가 늘어나며, 외국인 투자가 밀려들 것이라고 정부가 생각한다면 그것처럼 잘못된 판단도 없다.

더 이상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보다 기업환경이 훨씬 좋다고 평가된 싱가포르 뉴질랜드 미국 홍콩 덴마크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호주 아이슬란드 등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보고 그보다 더 좋은 기업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경제를 살리는 첩경(捷徑)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