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ㆍ시민 2만여명 9일째 민주화 촉구

군사정부, 양곤에 무장병력…야간통금

기름값 인상으로 촉발된 미얀마(옛 버마) 시위 상황이 유혈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26일 미얀마 군사정부가 군경을 동원해 반정부 가두 행진을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승려 3명을 포함,시위대 4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밝혔다.

미얀마의 옛 수도인 양곤 중심가에서는 이날 2만여명의 승려와 시민들이 민주화를 촉구하는 가두 행진을 9일째 벌였다.

이번 시위는 1988년 민주화 운동 이후 최대 규모이자 20년 가까이 집권해온 군사정권 아래에서 최장기 시위에 해당한다.

시위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미얀마 군사정부는 26일 자정을 기해 양곤과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 야간 통행금지 조치(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를 발령했다.

군사정부는 양곤이 해당 지역 지휘관의 직접적인 통제 아래 있으며 앞으로 60일간 이 같은 비상조치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사정부는 이날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양곤 중심가에 소총으로 무장한 군 병력과 경찰을 투입해 수천명의 승려들이 이끈 대규모 시위대가 이틀째 시위를 벌인 '쉐다곤탑' 주위를 봉쇄했다.

이 진압 과정에서 승려 3명을 포함,시위대 4명이 군경에 의해 숨졌다고 AFP통신이 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최소 5명이 총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쉐다곤탑은 페구왕조 시대의 불탑으로 1988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였다.

국제사회의 여론도 들끓고 있다.

장 피에르 주예 프랑스 유럽담당 정무차관은 2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은 미얀마의 군사정권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조만간 미얀마의 야당 인사를 면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날 노동당 행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즉각 소집돼 미얀마 사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는 미얀마 시위가 폭력 진압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변 강대국인 중국과 인도가 미얀마 군사정부에 압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5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미얀마 군사정부와 그 경제적 지원 세력에 대해 경제제재를 강화하겠다"며 "인권 침해에 책임있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미국 비자 금지 조치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