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은 물론 동료 기사들도 후보들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최상원,목포 택시기사) "그런 게(경선이) 있는지도 몰랐다."(김지영,전남대 학생)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29일 광주·전남 경선을 앞둔 이 지역 민심은 예상 밖으로 냉담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지역 연고를 떠나 경제를 살릴 후보를 선택할 것"(박동호,순천 음식업협회 국장)이라는 말 속에서 지난 대선 때와는 달라진 표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대화를 좀더 이끌면 "그래도 한나라당을 찍을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10년 여권의 맹주를 자처해 온 지역 자존심을 드러내곤 했다.

이번 경선에서 광주·전남 민심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광주·전남의 선거인단은 모두 24만여명.전체 선거인단(145만명)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곳은 대통합신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후보 캠프마다 추석연휴 기간 동안 이곳에 사활을 걸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바닥 민심은 오리무중

유권자들은 정동영 손학규 후보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이해찬 후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과거 대선 때처럼 대놓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정동영이 깔끔하고 모나지 않더라."(정덕홍,순천 식당업) "본선 경쟁력은 그래도 손 후보가 낫지 않느냐."(박기춘,광주 회사원) 등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목포의 한 인터넷신문 관계자는 "정 후보는 민주당을 배신했다는 점이,손 후보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게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찬 후보에 대해선 "능력 있다""대통령감은 아니지 않느냐"는 등 평가가 엇갈렸다.

일각에선 "친후보 단일화로 친노 성향의 표가 결집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광주 A고등학교 동창회 관계자)는 분석도 나왔다.

◆손 후보 승부수가 쟁점

추석 직전 칩거에 들어갔다가 선거대책본부를 해체하고 경선복귀 입장을 취한 손 후보의 행보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렸다.

광주에서 자영업을 하는 구정섭씨는 "자신이 불리해지자 돌출 행동을 했던 이인제와 정몽준이 오버랩된다"고 꼬집었고,순천의 한 공무원은 "사실상 경선이 정동영과 이해찬의 양강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광주의 택시기사 최정만씨는 "경선이 혼탁 양상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니겠느냐"며 "그래도 이명박 후보에 대항할 후보는 손학규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광주에서 손 후보를 돕고 있는 한 관계자도 "결국 호남 민심은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율이 승패 가를 듯

초반 4연전과 마찬가지로 광주·전남지역 경선에서도 선거인단 동원현상이 여전했다.

유권자 18만명 중 2만6000여명이 선거인단으로 등록된 순천의 경우 "아는 사람들이 계속 부탁해 등록은 했지만 투표는 하지 않을 것"(정희태,자영업)이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경선에 대한 낮은 관심과 맞물려 이 지역에서도 각 캠프의 조직력이 승패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승부는 투표율에서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대통합신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각 캠프에서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선거인단 수에 큰 차이가 없어 얼마나 많은 지지자를 투표소로 나오게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일선 기초의원들의 조직력이 경선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전남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선거인단이 등록된 목포가 단적인 사례다.

노상익 목포시의원은 "일선 바닥 조직을 책임지는 것은 기초의원인데 목포의 경우 시의원 대부분이 손 후보를 밀고 있다"며 "전남 다른 지역에서도 기초의원 조직세는 손 후보가 우세하다"고 주장했다.

광주·순천·목포=노경목/강동균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