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못따라가는 '의료 허브', 외국인 환자 소개하면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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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 명동의 한 유명 안과.인천공항에서 승합차를 타고 온 중국인 다섯명이 병원에서 두어시간 머문 뒤 같은 차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병원 관계자는 "여행사를 통해 소개받은 이들은 전원 라식수술을 받았고 하루 정도 안정을 취한 뒤 서울 관광을 마치고 돌아갈 예정"이라며 "우리 병원에서만 올 들어 중국인 의료관광객 200여명이 5억원 정도의 수술비를 쓰고 갔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처럼 여행사가 병원을 안내하는 행위는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의료법에는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 기관 또는 의료인에게 소개 알선 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이 같은 법규에 가로막혀 병원들은 "싸고 잘한다"는 입소문을 듣고 제발로 걸어 들어오는 환자를 무작정 기다리는 것 이외에 아무런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현지 여행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료관광 연계상품을 내놓지 못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해 188억달러에 이른 서비스수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법 개정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선진국 환자도 불러들여야
최근에는 미주 등 선진국 환자 유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17~21일 캐나다 선메디컬그룹 등 북미와 유럽지역 의료관광 에이전트 관계자 20여명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한국의료관광 체험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서울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지의 28개 병·의원을 찾아 의료 서비스를 체험해본 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시설"이라며 "가격도 북미·유럽 선진국의 10~20%에 불과해 의료관광의 성공 요소를 고루 갖췄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국립암센터 세브란스병원 등 34개 병원과 함께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를 구성했다.
5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한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홍보도 펼쳤다.
그 뒤 교민 40여명이 협의회의 주선으로 국립암센터에서 암예방 검진을 받고 갔다.
하지만 이 같은 홍보와 체험 행사가 본격적인 의료관광객 유치로 이어지려면 역시 유인·알선 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해외 의료관광 에이전트를 통해 병원을 홍보하거나 호텔 주선 등의 연계서비스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잠자는 법 개정안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에는 환자에 대한 유인·알선행위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금은 병원 등이 치료비를 건강보험 수가와 달리 계약하거나 교통편의 제공 등을 통해 환자를 유인하는 일체의 행위가 금지돼 있으나 외국인 환자에 대해서는 이를 예외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쟁점들로 의료법은 개정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 등을 둘러싸고 터져 나온 의·약 갈등이 주된 이유다.
이 때문에 법 개정을 기대하고서 미국에서도 통하는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은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 병원들은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반면 우리보다 먼저 외국인 환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태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들은 의료관광객들이 쓰고 가는 돈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태국사립병원협회 등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치료 목적으로 태국을 찾은 외국인은 140만명에 달했다.
싱가포르도 2004년 외국인 환자 1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뒤 지난해 40만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에 반해 한국은 외국인 환자수가 3만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국은 아시아 인접국에 비해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 주로 건강보험 비급여 분야에서 전문성과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의료법 개정은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에도 들어 있는 만큼 국회에서 해당 부분을 떼어내서라도 빨리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병원 관계자는 "여행사를 통해 소개받은 이들은 전원 라식수술을 받았고 하루 정도 안정을 취한 뒤 서울 관광을 마치고 돌아갈 예정"이라며 "우리 병원에서만 올 들어 중국인 의료관광객 200여명이 5억원 정도의 수술비를 쓰고 갔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처럼 여행사가 병원을 안내하는 행위는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의료법에는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 기관 또는 의료인에게 소개 알선 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이 같은 법규에 가로막혀 병원들은 "싸고 잘한다"는 입소문을 듣고 제발로 걸어 들어오는 환자를 무작정 기다리는 것 이외에 아무런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현지 여행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료관광 연계상품을 내놓지 못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해 188억달러에 이른 서비스수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법 개정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선진국 환자도 불러들여야
최근에는 미주 등 선진국 환자 유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17~21일 캐나다 선메디컬그룹 등 북미와 유럽지역 의료관광 에이전트 관계자 20여명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한국의료관광 체험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서울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지의 28개 병·의원을 찾아 의료 서비스를 체험해본 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시설"이라며 "가격도 북미·유럽 선진국의 10~20%에 불과해 의료관광의 성공 요소를 고루 갖췄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국립암센터 세브란스병원 등 34개 병원과 함께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를 구성했다.
5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한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홍보도 펼쳤다.
그 뒤 교민 40여명이 협의회의 주선으로 국립암센터에서 암예방 검진을 받고 갔다.
하지만 이 같은 홍보와 체험 행사가 본격적인 의료관광객 유치로 이어지려면 역시 유인·알선 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해외 의료관광 에이전트를 통해 병원을 홍보하거나 호텔 주선 등의 연계서비스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잠자는 법 개정안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에는 환자에 대한 유인·알선행위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금은 병원 등이 치료비를 건강보험 수가와 달리 계약하거나 교통편의 제공 등을 통해 환자를 유인하는 일체의 행위가 금지돼 있으나 외국인 환자에 대해서는 이를 예외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쟁점들로 의료법은 개정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 등을 둘러싸고 터져 나온 의·약 갈등이 주된 이유다.
이 때문에 법 개정을 기대하고서 미국에서도 통하는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은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 병원들은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반면 우리보다 먼저 외국인 환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태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들은 의료관광객들이 쓰고 가는 돈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태국사립병원협회 등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치료 목적으로 태국을 찾은 외국인은 140만명에 달했다.
싱가포르도 2004년 외국인 환자 1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뒤 지난해 40만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에 반해 한국은 외국인 환자수가 3만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국은 아시아 인접국에 비해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 주로 건강보험 비급여 분야에서 전문성과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의료법 개정은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에도 들어 있는 만큼 국회에서 해당 부분을 떼어내서라도 빨리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