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칩거…잠적 경선 GO? STOP?
경선 과정에 불만을 제기하며 자택에 칩거하던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선 경선 후보가 20일 모든 경선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손 후보는 이날 부인 이윤영씨와 함께 자택인 서울 마포구 도화동 아파트를 나와 모처로 종적을 감췄다.

◆잠행=전날 TV토론에 불참하고 캠프 소속 의원들의 잇단 면담 요청도 거부했던 손 후보가 모습을 드러낸 시간은 오전 7시40분.캐주얼 차림의 그는 부인과 함께 마티즈 승용차에 오른 뒤 직접 차를 몰아 인근 합정동에 있는 천주교 절두산 순교성지를 찾았다.

손 후보는 마리아상 앞에서 촛불을 켜고 한동안 기도를 한 뒤 다시 차에 올라 경기도 화성군 발안읍 남양성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행선지는 오리무중이다.

핵심 측근은 "어제 측근의 차에 있던 내비게이션 장치를 자신의 승용차에 달아놓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봐서는 지방으로 떠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워낙 혼자만 아는 곳들이 많아 정확한 행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손 후보가 돌연 자취를 감추면서 당 안팎에선 대선 경선 판 자체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 후보가 후보 사퇴 등 중대 결단을 위한 장고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손 후보는 지난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하기 전에도 닷새간 강원도,경기도 일대에서 잠적했었다.

그러나 캠프 관계자는 "손 후보가 21일께 경선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까 싶다"면서 "현재로서는 후보 사퇴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캠프 간 설전=이런 가운데 손 후보 측과 정동영 후보 측은 이날도 '당권 거래설'과 '동원 경선 논란'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손 후보 측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당내 경선 과정에서 조직·동원·계파 선거 등의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경선이 진행된다면 당도 망하고 후보도 무너지게 된다"며 당 지도부에 진상 조사와 시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 측 김현미 대변인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건의 배경에 '손학규-이해찬 연대' 움직임이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손 후보 측 김부겸 의원과 이 후보 측 이광재 의원을 겨냥,"얼마 전 양 캠프 주요 인사들이 만나는 것을 목격했고 어제 이 후보 선대본부장인 유시민 의원이 손·이 단일화를 언급했다"며 "손·이 연대론의 배경에는 지역주의에 기반한 호남 후보 배제론이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 측은 또 손 후보 측이 거론한 '정동영-김한길 당권 거래설'을 악의적인 '매터도'라고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밝혀진 최초 발설자는 정계 은퇴를 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편 김원기 문희상 김근태 유인태 의원과 정대철 전 의원 등 대통합신당 중진들은 이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만나 손 후보의 조속한 경선 복귀와 당 지도부의 경선 문제점 진상조사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 산하에 공정경선위원회를 구성,그동안 제기됐던 문제점들을 점검키로 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