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살림 257조] 6년來 최대 증가율… 고유가 등 곳곳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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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일 발표한 '2008년도 예산·기금 운용계획안'의 특징은 예년보다 쓸 돈은 크게 늘었는데도 빚내는 액수(적자국채 발행액)는 적어졌다는 데 있다.
그만큼 들어오는 돈(세입)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경기가 좋아지고 세원이 투명해져 법인세와 소득세수가 크게 늘어났고 부동산 관련 세금도 급증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예산안 여기저기서 돈을 넉넉하게 배정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세입여건의 전제로 삼은 실질 5%,경상 7.3%라는 높은 경제성장이 과연 가능할지,또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재정부담은 얼마나 될지에 따라 재정 여건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근래없는 풍족한 세입여건
정부는 내년 세계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최근 국내 경기회복으로 실질 기준 5%,경상 기준 7.3%의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총수입 예산을 올해보다 9.4% 증가한 274조20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여기에 올해 세입이 계획보다 11조원이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입 예산은 근래 보기 드문 '풍년'을 맞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부처 예산요구 내역을 공개할 때만 해도 세수가 여의치 않아 10조원 넘는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할 것으로 계산했으나 이 같은 상황이면 내년엔 5조8000억원어치만 발행해도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더 걷히는 11조원 중 지자체에 교부해주고,공적자금을 갚는 데 쓰는 돈을 제외하면 2조7000억원을 국채발행을 대신해 일반예산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줄곧 오름세였던 국채비율도 올해 33.4%을 정점으로 내년엔 32.3%로 1%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풍족한 씀씀이
세입여건 호전으로 지출 예산도 상당히 넉넉하게 짠 모습이다.
기초노령연금(1조5948억원),노인장기요양보험(1514억원) 등 신규 예산과 고등교육 예산 증액(1조원),FTA(자유무역협정) 대책 예산(6758억원) 등 증액사업이 적지 않음에도 모든 부분에서 예산이 증가하는 지출 예산을 짰다.
지난해의 경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과 통일·외교 예산 등은 마이너스 예산을 짠 바 있다.
특히 SOC 예산의 경우 부처에선 지난해보다 3.6% 줄어든 17조8000억원의 예산을 요구했으나 정작 기획예산처는 2.4% 늘어난 예산을 배정했다.
전체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투자(복지와 교육)를 늘리기 위해 구조조정을 계속한다는 방향을 견지했다.
내년에도 예산 구조조정이 가능한 예산 47조8000억원 중 9.2%인 4조4000억원 정도를 자율평가를 통해 깎겠다는 계획이다.
또 기금사업 중 그동안 공자기금(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인수해줬던 중소기업진흥채권이나 주택공사채권 등을 앞으로 민간에서 인수토록 해 1조7000억원의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유가·남북관계 변수
문제는 향후 경제 상황과 남북관계이다.
우선 고유가와 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변수가 적지 않다.
정부는 특히 예산안을 작성하면서 고유가 추세와는 달리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을 배럴당 60달러로 예상했다.
현재 가격(75달러)은 물론 지난해 예산안을 짜며 전제했던 65달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유가가 지금처럼 고공행진을 지속할 경우 변수가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경상성장률이 당초 예상(7.3%)에 못 미칠 경우 국채발행과 지출계획은 힘들어지게 된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북지원이 본격화할 경우 재정소요도 더 늘게 된다.
내년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에 올해(5000억원)보다 2500억원 늘어난 7500억원을 출연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기금은 꼬리표가 붙은 예산 9000억원과 여유자금 4300억원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앞으로 10년간 남북경협에 60조원이 필요하다는 산업은행의 최근 비공식 보고서에서 보듯 기금부족이 불가피하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