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후보가 19일 밤 예정됐던 TV토론에 불참을 통보하고 돌연 칩거에 들어갔다.

경선 4연전에서 2위에 그친 데 이어 국민여론조사 지지도에서마저 정동영 후보에게 역전당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의외의 행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경선초반의 '손학규 대세론'이 '정동영 대세론'으로 바뀌어 있는 만큼 경선 포기 등 중대결심을 위한 수순밟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손학규 중대결심하나=손 후보는 이날 오후 측근에게 토론불참을 통보한 뒤 연락이 끊긴 상태다.

김부겸 조정식 의원 등이 자택으로 찾아갔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

손 후보 캠프의 우상호 대변인은 "동요치 말고 캠프는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라고 당부한 것을 볼 때 후보 사퇴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면서도 "정확한 가닥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손 후보가 최근 조직선거로 승부가 갈리는 경선양상에 회의론을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는 점에서 후보 사퇴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우 대변인은 "사실 4연전이 끝난 월요일부터 경선판이 본인이 생각하는 새로운 정치와 맞지 않고 동원선거 등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를 10%만 도입키로 당 지도부가 결정했던 당시도 손 후보는 경선을 접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 후보 캠프가 이날 "지금의 경선은 국민은 어디에도 없고 각 계파 수장 휘하의 극소수 조직원들만의 잔치가 되고 있다"며 "돈이 난무하고 '박스떼기''버스떼기'가 판치고 동원과 줄세우기가 승부를 가르고 있다"고 강력 비판한 뒤 조직·동원선거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측근들 말대로 동원선거·조직선거에 대한 강한 항의표시일수도 있지만 실제 후보사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경선판도 어떻길래=손 후보의 칩거는 최근 경선의 판도 변화와 무관치 않다.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17일 실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손 후보는 4.5%로 정 후보(10.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계레신문 조사에서도 손 후보는 6.1%로 9.7%의 정 후보에 게 밀렸다.

손 후보는 본선경쟁력에서도 정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손 후보는 정 후보에 비해 3∼7%포인트 정도 낮게 나왔다.

손 후보가 당의 여론조사 10% 도입에 "너무 적다"고 강하게 반발했던 게 지난 9일이었던 만큼 10여일 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이는 경선 4연전 성적표가 여론에 반영된 결과다.

정 후보는 4연전에서 압승,새로운 대세론을 형성하면서 지지율이 급상승세를 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손 후보는 고전 끝에 2위에 머물면서 대세론이 꺾인 게 결정적이었다.

그 저변에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원초적 핸디캡'이 있다.

범여권 합류 이후 사활을 걸었던 지지율 10% 돌파가 무위로 돌아가면서 대세론 형성에 실패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정체성 시비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건은 호남민심이 걸린 29일 광주 전남 경선이다.

여기서도 정 후보에게 패할 경우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한 채 본인 스스로 언급했듯이 '불쏘시개' 역할에 그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놓여있는 상태다.

이재창/노경목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