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의 내수 판매 침체와 수입차의 폭발적인 성장.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의 큰 흐름이다.

그러나 올 들어 이 같은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국내 자동차메이커들이 기존의 라인업에 없던 새로운 모델을 추가하면서 수입차가 독점하고 있던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i30는 해치백의 중흥기를 열고 있고,GM대우는 GM의 계열사인 새턴이 미국에서 생산한 G2X를 들여와 수입 스포츠카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올 연말 제네시스(프로젝트명 BH)를 통해 최고급 프리미엄 승용차 시장에 도전한다.


◆i30 해치백 돌풍

현대차 i30는 출시 첫달인 7월 922대가 판매된 데 이어 8월에도 2040대가 팔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단숨에 준중형급 월간 판매순위에서 아반떼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당초 올해 국내 판매 목표였던 6000대를 뛰어넘어 1만대 판매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i30를 통해 '해치백은 안 된다'는 자동차 업계의 불문율 중 하나가 깨지기 시작했다"며 "올 연말 배기량 2000cc급 모델이 출시되면 i30의 돌풍은 폭풍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는 1600cc급 모델밖에 나와 있지 않아 2000cc 이상이 대부분인 수입차 시장까지 잠식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2000cc급 모델이 나오면 폭스바겐 골프나 푸조 307의 잠재고객들까지도 i30에 눈을 돌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음 달부터는 GM대우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소형 해치백 젠트라X를 시판할 예정이어서 국내 자동차시장의 해치백 열풍이 지속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G2X 기대 이상 선전

GM대우의 G2X에 대해서는 이 회사 관계자들조차 "한 달에 10대나 팔리겠냐"고 할 정도로 회의적인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10대가 팔린 G2X는 이달 들어 40대 가까운 판매계약이 이루어졌다.

아우디 TT 로드스터,폭스바겐 이오스 등 비슷한 성격을 띠는 수입차들의 월간 판매대수가 10대 안팎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다.

회의적인 입장이던 GM대우 관계자들은 이제 "스포츠카 수요가 예상 외로 많은 것 같다"며 놀라워하고 있다.

아우디 TT 로드스터나 폭스바겐 이오스에 비해서는 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국내 컨버터블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푸조 207CC와 견주면 성능이 압도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이 GM대우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G2X는 최고출력 264마력,최대토크 36.0㎏·m로 아우디 TT 로드스터(200마력,28.6㎏·m)나 폭스바겐 이오스(200마력,28.6㎏·m)를 앞선다.

4390만원으로 책정된 판매가격이 미국 가격보다 1400만원가량 비싸다는 등 '가격 거품' 논란이 있었지만 아우디 TT 로드스터(6520만원)나 폭스바겐 이오스(5540만원)보다는 1000만~2000만원 저렴하다.


◆제네시스,수입차와 일전 예고

국내 자동차 업계는 연말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가 수입차가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커다란 판도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 출시될 제네시스 3.8 모델의 엔진 출력은 280마력.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경쟁 차종인 렉서스 GS350(307마력),BMW530i(272마력),메르세데스벤츠 E350(272마력),크라이슬러 300C 3.5(257마력)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

미국시장에 선보일 제네시스 4.6 모델의 최고 출력은 340마력을 넘어선다.

실내공간의 넓이를 나타내는 휠베이스(앞·뒤바퀴 축 거리)도 2935㎜로 BMW 5시리즈나 렉서스 GS보다 길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를 통해 국내에서는 고급 수입차의 공세에 대응하고 해외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