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형 건설사들의 정부 공사 입찰 담합 혐의에 대해 수사하면서 이른바 '경제검찰'로 통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전격 압수수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지 9월18일자 A8면 참조]

18일 공정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주 공정위를 불시에 방문해 지난 7월 환경부 추진 하수관거정비 민간투자사업과 남강댐 상류 하수도시설공사 입찰과 관련해 공정위의 담합조사와 제재를 받은 대우건설 SK건설 등 7개 건설사에 대한 자료 일체를 압수해갔다.

이들 업체는 공정위로부터 같은 혐의로 3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사상 초유'인 공정위 압수수색에 대해 일단 표면적으로는 공정위가 담합 자진신고자 보호 차원에서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자 검찰이 '영장'까지 동원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담합 조사 당시 건설사 중 일부는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과 검찰 고발을 면제받았다.

검찰의 직권 재조사가 시작된 뒤에도 공정위는 자진신고자와 관련된 자료는 검찰에 넘겨주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련법과 시행령에 따라 자진신고자에 대한 비밀 유지 차원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인데 이번에는 검찰이 영장을 가져와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앞으로 담합조사에서 기업들의 자진신고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자진신고로 공정위 제재를 면하더라도 이번처럼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동의명령제(공정위와 기업 간의 합의로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종결시키는 제도)' 도입을 둘러싼 법무부와 공정위 사이의 알력이 이번 압수수색 사태로 이어졌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공정위가 동의명령을 내리기 전 검찰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공정위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형 법무법인(로펌)에서 공정거래사건을 전담하는 A변호사는 "공정위가 고발 없이 덮은 사건을 검찰이 다시 파헤치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불러일으켜 동의명령제에 대한 '검찰 통제'의 당위성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