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인가,일본 사람들이 인천 모래를 비싸게 사갈 때 다들 미쳤다고 했어.지천인 걸 퍼간다고 말이야.그 모래가 수천배 비싼 실리콘이 돼 돌아올 줄은 몰랐던 거야.그러고도 대동강물 팔 듯 희희낙락 했으니…."

지난 주말 한 원로 금속학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첨단산업 부품소재로 쓰이는 인듐 탄탈륨 등 이른바 희소금속(Rare metal) 확보전이 벌어졌다는 시리즈가 막 끝난 직후다.

그의 입에선 "핵심소재부품을 계속 수입에 의존하다간 잘 팔아야 죽쒀서 x주는 꼴"이라는 등의 거친 표현이 쏟아졌다.

정보기술(IT) 디지털가전 자동차 등 수출주력 산업의 승승장구에 온 나라가 도취돼 있다보니 기초(소재)가 허물어지는 것도 모른 채 엉뚱한 돈지갑만 불려줬다는 지적이다.

사실 휴대폰 PDP 노트북 등 첨단제품 수출이 늘면 늘수록 일본은 앉아서 떼돈을 번다.

첨단산업용 희소금속 핵심소재 중 무려 70%가 일본산인 심각한 '소재 종속'탓이다.

한 해 발생하는 대일본 무역적자 300억달러 가운데 27%가량인 80억달러가 희소금속에서 발생할 정도다.

이 때문에 나노 바이오 우주항공 등 차세대 성장엔진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지만,경고는 전문가 그룹에서만 맴돌고 있다.

물론 주요 자원도 없는 마당에 희소금속까지 신경쓰기는 힘들었을 수 있다.

경제 논리상 불가피한 결과라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희토류(비금속 미량원소) 등 희소금속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중국은 이를 전략적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이 역력하다.

수출통제 정책을 강화하는가 하면 국제시세가 급등해도 3~4년치 물량은 건드리지도 않고 쌓아두고 있다.

희소금속 가격급등을 온몸으로 막아내주던 중소 납품업체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한 듯한 분위기인 만큼 국내상황도 녹록지 않다.

오죽했으면 이 원로가 "자원과 기술,양손에 떡을 쥔 중국을 이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이제 방법은 중국과 친해지는 일밖에 없다"고 말해야 했을까.

희소금속을 더이상 경제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한 귀로 흘려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관우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