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문화예술 분야에 지원하는 '메세나'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수년간 여러 기업으로부터 1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한 신정아 전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전 동국대 교수)이 검찰수사를 받음에 따라 기업들의 메세나 지원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문화예술계는 이번 사건으로 태동단계인 메세나가 아예 고사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과거 성곡미술관에 한 차례 후원한 적이 있는 한 대기업의 P과장은 "우리는 신씨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일로 한동안 (메세나 지원 활동이) 중단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P씨는 "기업들에 후원 요청이 많이 들어왔는데(끊길까봐) 솔직히 걱정된다"고 설명했다.

평소 문화.예술계 지원에 적극적이던 또 다른 대기업의 K상무는 "아무리 공익차원에서 미리 예산을 잡아 놨다 해도 요즘 같은 때 다들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사내외에서 혹시라도 나중에 '누구와 친분이 있어 지원한다'는 식의 흉흉한 소문이 돌까봐 당분간 지원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투자 및 지원에 목마른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은 이번 일로 메세나가 부정적으로 비치지 않을까 크게 우려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태인데 이런 사건이 터져 곤혹스럽다는 것. 연도별 액수는 2005년 1800억6000만원,2006년 1840억1800만원이다. 특히 미술계는 지난해 전체 메세나 지원액 중 33.4%(615억원)가 지원됐는데 신정아씨의 미술알선 의혹이 불거지면서 난처한 입장이다.

한국메세나협의회도 침통한 표정이다. 1994년 설립돼 현재 182개 회원사를 두고 있는 한국메세나협의회(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대표)의 주순이 기획홍보팀장은 "미술분야는 메세나 활동 중의 극히 일부인데도 언론에서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메세나를 계속 언급해 곤혹스러운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요 대기업 중 삼성그룹은 지난해 문화예술계 498억원.스포츠계에 72억원 등 570억원을,현대.기아차그룹도 'H.art'라는 브랜드 아래 73억8700만원을 각각 메세나에 사용했다. SK그룹은 올해 그룹 전체의 사회공헌활동 예산 1100억원 중 100억~120억원을 디지털 미디어 아트 부문 등 문화.예술 사업에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LG,한화,SK,포스코,금호아시아나,삼성테스코,대상 등이 문화.예술부문에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문혜정/이호기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