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노동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1시50분께 이랜드가 운영하는 홈에버 면목점 매장을 기습 점거,'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이랜드 사태는 회사 측이 캐시어(계산원) 등 2년 계약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 근로자 일부와의 재계약을 중단하고 일부는 용역직으로 전환한 데 노조가 반발,지난 6월4일 파업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회사 측은 이랜드 노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가세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지난 7월 계약 해지된 비정규직 재고용 및 18개월 이상 근무시 고용보장 등의 양보안을 내놨다.
당초 파업 원인을 제공했던 핵심 쟁점 대부분에서 노조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그런데도 사태는 전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가 '3개월 이상만 근무해도 고용을 보장할 것' 등 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추가 요구를 내놓은 데다,민주노총은 파업 지도부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 주지 않는 한 타협은 없다고 버티는 등 정치적인 요구까지 곁들이고 있어서다.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파업 피로증'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초 파업 빌미를 제공했던 회사 측에서 비정규직과 관련해 상당부분 양보안을 내놓은 만큼 현업에 복귀한 뒤 추가 협상을 진행해도 충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파업 대열에서 이탈,업무에 복귀한 홈에버 비정규직 근로자 A씨는 "파업에 참여 중인 동료들도 시위에는 참가하지 않고 대부분 집에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며 "추석은 다가오는데 근무 이탈로 인해 3개월째 월급을 못 받고 있는 동료들 대부분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공급업체 직원들이 용역회사를 통해 파견하는 비정규직 판촉 사원들은 더욱 죽을 맛이다.
홈에버 C점포 가전매장에서 근무하는 D씨는 "한 달 봉급의 대부분이 제품을 팔아 챙기는 판매수당인데,노조의 매장 타격 시위로 경찰차가 매장 앞에 상주하면서 손님이 뚝 끊겨 판매수당을 한푼도 못 받는 날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아예 잃는 협력업체 비정규직 판촉사원들도 늘고 있다.
한 대형 음료회사인 E사는 지난 6∼8월 여름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월 평균 매출이 5월에 비해 뉴코아 20%,홈에버 30%가량 감소하자 판촉 사원의 수를 이달에 약 10% 줄였다.
입점업체 점주 역시 사정이 심각하다.
신현재 홈에버 입점상인 대표자는 "점포당 평균 하루 1000만원가량 매출 손실을 입고 있다"고 말했고,뉴코아 강남점 입점업체 점주 B씨는 "올 추석에 직원들 월급을 맞춰 주려면 마이너스 통장에서 빼 내 줘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입점 상인들은 이달 초 이랜드 일반노조,민주노총,민주노동당 등을 상대로 1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랜드 계열 유통매장 파업사태는 여전히 노사 간에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홈에버는 노조가 3개월 이상만 근무하면 고용을 보장하고 24개월이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함으로써 협상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어떤 회사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며 "18개월 이상만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뉴코아는 지난 6일 마라톤 협상을 통해 합의문 작성 직전까지 갔으나 민주노총이 "모든 민·형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해 달라"고 주장,합의가 무산된 뒤 후속 협상 날짜도 못잡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