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의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한나라당, 민노당의 후보는 이미 결정됐고, 범여권 신당과 민주당의 경우도 경선국면이 무르익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눈길을 끌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후보들이 좁혀짐에 따라 국민들의 이목도 주요 대선주자들이 내세우는 정책으로 옮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대선에서 주목되는 것은 어느 때보다 경제와 관련한 공약(公約)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경제에 쏠려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진정성이 결여된 구색용 공약은 국민기만과 다를 바 없다.

후보자 모두가 경제를 살리겠다,국민들을 잘살게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말 누가 그럴 수 있는 후보인지를 제대로 판단하고 선택(選擇)하는 일은 국민들의 몫이다. 어떤 대통령이 한국 경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을 것인가. 우리는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경제대통령의 조건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정말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면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하는 것이야말로 단연 그 첫 번째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함께 시장경제를 지향했던 곳에는 예외없이 부와 번영이 함께 했다. 오늘날 좌파 지도자들이 중도 내지 제3의 길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자기반성에 다름 아니며,시장경제에 대한 뒤늦은 믿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시장경제(市場經濟)에 대한 신뢰를 확대하는 쪽인가,아니면 그 반대쪽인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낡은 이념적 유산에 사로잡힌 정치세력은 우리사회에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경제 환경이 크게 달라진 지금도 정부개입에 향수를 느끼며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정부만능주의 역시 여전하다.

눈앞의 고통을 정부개입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이 개입의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는 알게 모르게 시장경제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반시장적 조치,과도한 규제,원칙없는 온정주의 정책들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새로운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고 기업가정신은 최악으로 떨어졌다.

한마디로 자유시장경제의 위기다. 이와 같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차기 대통령의 제일 조건이다.

따라서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은 단순한 믿음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구체적 공약들을 제시하고 실천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첫째, 경제문제는 정치논리가 아닌 시장원리로 풀어갈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반시장적 조치들을 과감히 걷어낼 대안을 제시하라.분양가 상한제,이자제한법,통신요금 개입,카드수수료 통제,대학 등록금 간섭 등 인위적 가격통제는 근본적으로 재검토돼야 할 것들이다.

수도권 규제,균형발전,비정규직 보호문제 등도 예외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이해집단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인위적 진입장벽,업종별 칸막이 등도 리더십을 갖고 허물어야만 한다.

둘째,기업가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과감한 기업규제 개혁에 나서라.투자를 제약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같은 사전적 규제는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

기업지배구조는 기업의 선택에 맡겨야 하고,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금산분리도 경제 환경변화에 따라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정거래정책은 협소한 독과점(獨寡占) 잣대로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글로벌 관점에서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되고,환경규제는 기술변화를 반영하고 시장원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선진국형 규제시스템으로 변화돼야 한다.

셋째,작고 효율적인 정부로 바꾸고 공기업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라.정부가 정말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시장에 맡겨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부처 수를 대폭 줄이고 기능을 다시 설계하는 등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부문은 과감하게 민영화하고, 남은 기관들도 근본적으로 그 구조와 기능에 메스를 가해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이외에도 시장경제에 대한 교육,법과 원칙의 준수 등 생각해 보면 해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들은 어떻게 보면 최소한의 조건들일 뿐이다.

국민들은 이번 대선에서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누가 더 보다 확고하게 보여주는지를 보고 진짜 경제대통령을 선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