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대박'의 함정에 빠지지 마시고 월급을 타듯 투자 수익을 챙기는 것이 성공 투자의 비결입니다."
지난 13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한화증권 2층 연수실은 100명 가까운 개인투자자로 가득 찼다.
2005년 한화증권이 주최한 실전투자대회에서 석 달 만에 257만원을 2288만원으로 불려 '수익률 889%'란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전업투자자 이상암씨(44)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이씨는 인터넷에서 '지킬박사'란 필명으로 잘 알려졌다.
이날 강의가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이씨는 "주식시장은 블랙홀과 같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시간을 알면 주식투자는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
주식의 가치는 단 몇 초 만에도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급하게 '상따'(상한가를 따라잡으며 추격매수)에 나서면 백전백패한다"고 덧붙였다.
이씨가 고수하는 투자의 제1 원칙은 바로 '철저한 원금 유지'다.
매년 1000만원으로 평균 1억원 이상을 벌고 있지만 "수익은 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강조한다.
그는 "하루 5% 이상 수익이 나면 수익금을 출금하여 은행 계좌에 따로 관리하고,절대로 매매에 다시 쓰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투자수익이 나면 그 돈을 다시 주식 투자에 몽땅 붓다가 손실 규모를 키운다"고 설명했다.
저점보다 1.5%만 빠져도 바로 손절매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도 투자 비결이라고 이씨는 덧붙였다.
하지만 이씨 또한 10년 전엔 여느 개미투자자처럼 숱하게 쓴잔을 마셔야 했다.
1999년까지 11년간 국회 행정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이씨는 96년 우연히 주식투자 관련 서적들을 접한 뒤 실전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당시 가족 몰래 대출받은 1000만원으로 시작한 주식매매의 결과는 참담했다.
단 1년6개월 만에 열 번 깡통을 차며 1억원을 날리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이 어떤 곳인지 정확히 파악한 다음 기술적 차트 분석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이씨의 지론이다.
그는 "투자 포트폴리오상의 회사가 어느 업종에 속해 있는지,재무제표 상황은 어떤지 전혀 공부하지 않고 차트부터 보는 것은 갓난아기에게 칼을 쥐어주는 격"이라며 "작전 세력은 일반 투자자들의 이런 점을 노린다"고 전했다.
이씨는 주식 매매시 △관리종목 △투자주의 및 경고종목 △불성실 공시법인 △거래량이 적은 종목 △우선주 등 다섯 가지 유형은 아예 분석 대상에서 제외시킨다고 했다.
이씨는 "최근엔 개인투자자들이 급등주 매수에 열을 올리면서 작전세력이 단 10억원을 갖고도 코스닥 종목 하나쯤은 마음대로 흔들 수 있게 됐다"며 "차트 분석은 일차적으로 투자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지 맹신할 대상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특히 투자설명회를 통해 작전주로 잘 알려졌던 헬리아텍과 루보의 투자를 공개적으로 만류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경기도 부천시에서 5명의 '제자'를 실전으로 가르치며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이씨는 지난 7월 '지킬박사 이상암의 음봉타법'이란 책을 냈다.
종가가 시초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마감됐을 때 나타나는 '음봉'을 이용한 실전매매 기법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씨는 "험난한 주식시장에 소중한 돈을 투자하는 일반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것이 꿈"이라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