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Report-'포스트-붐'이 뜬다] (5ㆍ끝) 은퇴이민의 천국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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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오일달러 몰리는 '쇼핑천국' ‥ 외국인엔 부동산 양도세도 없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차로 50분 정도 걸린다.
우리나라 인천공항 가는 길만큼 시원하게 뚫려있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도요타,닛산 등 일본 자동차가 많이 눈에 띈다.
톨게이트는 RFID로 작동돼,멈춰서서 돈을 계산할 필요가 없다.
시내로 이어진 유료 터널로 들어서자 운전 기사가 "하수도를 만들면서 도로까지 만든 2중 터널"이라고 소개했다.
말레이시아,특히 쿠알라룸푸르의 인프라는 놀랄 정도였다.
화려한 디자인의 고층 건물들이 아름다운 마천루를 형성하고 있고,잘 닦인 도로와 모노레일 덕분에 교통 체증은 찾아보기 힘들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국가 중에서 가장 성숙한 시장입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발달되어 있는 인프라를 보고 많이들 놀라죠.이곳을 다른 동남아 국가들처럼 '인건비 따 먹는' 생산기지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황규준 코트라 쿠알라룸푸르 무역관장은 "말레이시아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대부분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 노동력을 제공하던 말레이계 사람들이 힘든 일을 꺼려하기 때문이란다.
실제 일본 파나소닉은 지난해 초 가전 공장을 태국으로 옮겼고,소니도 이미 투자 회수에 나선 상태다.
그렇다면 왜 우리 기업들은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 나라에 주목하는 걸까.
쿠알라룸푸르 시내를 하루만 다녀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삼성물산이 만들어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쌍둥이 빌딩.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의 사옥인 이 건물 하층부는 일본 이세탄 백화점 등이 입주한 최고급 쇼핑몰(KLCC)로 꾸며져 있다.
말레이시아는 원주민인 말레이계와 화교계,인도계 등 3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이 쇼핑몰은 훨씬 더 다양한 인종들로 붐빈다.
말레이어,인도어,중국어뿐 아니라 영어,스페인어,일본어,한국어 등 안 들리는 언어가 없을 정도다.
"말레이시아는 인구가 2700만명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에서 돈을 쓰러 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붐빕니다.
잘 가꿔진 인프라에다 쿠알라룸푸르 직경 30km 내에 골프장이 30여개나 되죠.1000만원이면 최고급 골프장 회원권을 살 수 있어요.
치안도 세계 최고 수준이고,국민들의 외국인에 대한 태도도 상당히 열려있습니다.
돈을 쓰기에는 정말 좋은 환경이죠."
김일곤 LG전자 법인장은 "말레이시아는 일본 상사 주재원들이 꼽은 '근무하고 싶은 나라' 3위 국가"라며 이렇게 말했다.
게다가 2001년부터 시작된 세컨드홈 프로그램은 말레이시아를 '은퇴 이민의 천국'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50세 미만은 약 8000만원,50세 이상은 4000만원만 현지 은행에 예치하면 장기(10년간)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 상한제를 폐지했고,올해 4월에는 양도소득세까지 없앴다.
국립 말라야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서규원 교수는 "학교 수업은 모두 영어로 이뤄지고,최고 수준의 국제학교도 많은데다가 한국과 가깝고 안전하다는 이유 때문에 교육 이민을 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시내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중동 여인들이다.
온몸에 까만색 차도르를 두른 이들은 한손에는 남편의 손을,다른 한손에는 샤넬,구찌 등 명품 쇼핑백을 들고 거리를 활보한다.
KLCC뿐 아니라 쿠알라룸푸르 최대 중심가인 분킷 빈땅에서도 이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핸드백,구두,선글라스 등 몸에 두른 것 중 차도르만 빼면 모두 명품이다.
"돈을 쓰려고 쿠알라룸푸르를 찾은 중동의 오일 부자들이에요.
중동 사람들은 9·11사태 이후에 미국 같은 서방 국가들로 여행하는 게 불편해졌거든요.
같은 회교 국가여서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주면서도,쇼핑이나 레저 인프라가 잘 갖춰진 말레이시아가 이들이 돈을 쓰는 '놀이터'가 됐죠."
말레이시아 산업진흥청의 잘리아 바바 국장은 "오일 머니를 잡으려면 말레이시아로 와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동 시장에 진출하는 데도 말레이시아는 좋은 교두보"라고 말했다.
"이슬람인들은 종교적 의식(할랄)을 거치지 않은 음식과 물건을 사용하지 않는데,말레이시아는 메카로부터 할랄 인증을 발급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설명이다.
한국에 비해 5년 정도 뒤처진 산업 구조도 한국 기업들이 말레이시아를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4∼5년 전에 팔린 제품이나 서비스가 말레이시아에서는 지금 히트를 친다.
말레이시아의 KTF라고 할 수 있는 CelCom에 컬러링 서비스를 소개하면서 대박을 터뜨린 백승렬 드림코러스 사장이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이곳 텔레콤 시장을 눈여겨봐오다 SK텔레콤의 협력업체인 유엔젤로부터 컬러링 기술을 들여왔다.
백 사장은 "CelCom이 태국 이동통신시장에도 진출하면서 태국 컬러링 시장까지 선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차로 50분 정도 걸린다.
우리나라 인천공항 가는 길만큼 시원하게 뚫려있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도요타,닛산 등 일본 자동차가 많이 눈에 띈다.
톨게이트는 RFID로 작동돼,멈춰서서 돈을 계산할 필요가 없다.
시내로 이어진 유료 터널로 들어서자 운전 기사가 "하수도를 만들면서 도로까지 만든 2중 터널"이라고 소개했다.
말레이시아,특히 쿠알라룸푸르의 인프라는 놀랄 정도였다.
화려한 디자인의 고층 건물들이 아름다운 마천루를 형성하고 있고,잘 닦인 도로와 모노레일 덕분에 교통 체증은 찾아보기 힘들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국가 중에서 가장 성숙한 시장입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발달되어 있는 인프라를 보고 많이들 놀라죠.이곳을 다른 동남아 국가들처럼 '인건비 따 먹는' 생산기지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황규준 코트라 쿠알라룸푸르 무역관장은 "말레이시아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대부분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 노동력을 제공하던 말레이계 사람들이 힘든 일을 꺼려하기 때문이란다.
실제 일본 파나소닉은 지난해 초 가전 공장을 태국으로 옮겼고,소니도 이미 투자 회수에 나선 상태다.
그렇다면 왜 우리 기업들은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 나라에 주목하는 걸까.
쿠알라룸푸르 시내를 하루만 다녀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삼성물산이 만들어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쌍둥이 빌딩.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의 사옥인 이 건물 하층부는 일본 이세탄 백화점 등이 입주한 최고급 쇼핑몰(KLCC)로 꾸며져 있다.
말레이시아는 원주민인 말레이계와 화교계,인도계 등 3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이 쇼핑몰은 훨씬 더 다양한 인종들로 붐빈다.
말레이어,인도어,중국어뿐 아니라 영어,스페인어,일본어,한국어 등 안 들리는 언어가 없을 정도다.
"말레이시아는 인구가 2700만명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에서 돈을 쓰러 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붐빕니다.
잘 가꿔진 인프라에다 쿠알라룸푸르 직경 30km 내에 골프장이 30여개나 되죠.1000만원이면 최고급 골프장 회원권을 살 수 있어요.
치안도 세계 최고 수준이고,국민들의 외국인에 대한 태도도 상당히 열려있습니다.
돈을 쓰기에는 정말 좋은 환경이죠."
김일곤 LG전자 법인장은 "말레이시아는 일본 상사 주재원들이 꼽은 '근무하고 싶은 나라' 3위 국가"라며 이렇게 말했다.
게다가 2001년부터 시작된 세컨드홈 프로그램은 말레이시아를 '은퇴 이민의 천국'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50세 미만은 약 8000만원,50세 이상은 4000만원만 현지 은행에 예치하면 장기(10년간)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 상한제를 폐지했고,올해 4월에는 양도소득세까지 없앴다.
국립 말라야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서규원 교수는 "학교 수업은 모두 영어로 이뤄지고,최고 수준의 국제학교도 많은데다가 한국과 가깝고 안전하다는 이유 때문에 교육 이민을 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시내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중동 여인들이다.
온몸에 까만색 차도르를 두른 이들은 한손에는 남편의 손을,다른 한손에는 샤넬,구찌 등 명품 쇼핑백을 들고 거리를 활보한다.
KLCC뿐 아니라 쿠알라룸푸르 최대 중심가인 분킷 빈땅에서도 이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핸드백,구두,선글라스 등 몸에 두른 것 중 차도르만 빼면 모두 명품이다.
"돈을 쓰려고 쿠알라룸푸르를 찾은 중동의 오일 부자들이에요.
중동 사람들은 9·11사태 이후에 미국 같은 서방 국가들로 여행하는 게 불편해졌거든요.
같은 회교 국가여서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주면서도,쇼핑이나 레저 인프라가 잘 갖춰진 말레이시아가 이들이 돈을 쓰는 '놀이터'가 됐죠."
말레이시아 산업진흥청의 잘리아 바바 국장은 "오일 머니를 잡으려면 말레이시아로 와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동 시장에 진출하는 데도 말레이시아는 좋은 교두보"라고 말했다.
"이슬람인들은 종교적 의식(할랄)을 거치지 않은 음식과 물건을 사용하지 않는데,말레이시아는 메카로부터 할랄 인증을 발급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설명이다.
한국에 비해 5년 정도 뒤처진 산업 구조도 한국 기업들이 말레이시아를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4∼5년 전에 팔린 제품이나 서비스가 말레이시아에서는 지금 히트를 친다.
말레이시아의 KTF라고 할 수 있는 CelCom에 컬러링 서비스를 소개하면서 대박을 터뜨린 백승렬 드림코러스 사장이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이곳 텔레콤 시장을 눈여겨봐오다 SK텔레콤의 협력업체인 유엔젤로부터 컬러링 기술을 들여왔다.
백 사장은 "CelCom이 태국 이동통신시장에도 진출하면서 태국 컬러링 시장까지 선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