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지난달 경선 승리 후 내세웠던 기업형 실용주의 방식의 당운영 실체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의 '여의도식 정치'의 형식과 틀에서 벗어나 실적·현장·일·전문가 중심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선거가 '조직'과 '자금',중앙당 중심의 '공중전'등에 좌지우지돼 온 상황에서 이 후보의 이런 정치 실험이 성공을 거둘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과·실적·현장주의=당 경선이 끝난 지 20여일밖에 지나지 않아 '기업형 실용주의'의 전모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단초들은 곳곳에 나타난다.
우선 내년 총선 공천 기준으로 성과·실적주의가 거론된다.
당원협의회(옛 지구당)별로 정기 여론조사를 실시,당협위원장 개개인의 선거운동 성적을 매겨 그 결과를 공천심사 때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최근 의원들에게 "매달 한 차례 여론을 조사해 (실적을) 통보하겠다.
일종의 성적표인데,성적이 좋아야 좋은 대학에 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치 이력이나 연고 등을 주로 따지던 것과 달리 성과 위주의 냉정한 평가를 하겠다는 기업형 마인드로 볼 수 있다.
중앙당 주변에서 맴돌지 말고 지역구에서 열심히 득표 활동을 벌이는 게 공천을 받는 지름길이라는 의미로 현장중시 주의와도 맥을 같이한다.
이 후보는 "내 주변에 얼씬거리지 말고 득표활동하러 현장에 내려가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중앙의 선대본부는 과거와 같이 매머드급으로 만드는 것을 피하고 지역의 선대본부를 강화하도록 지시한 것은 기동성과 현장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과거 100명이 넘는 규모로 짜여졌던 매머드급 대선기획단과 달리 고작 20명 수준으로 실무형 대선준비팀을 꾸렸다.
추석연휴 직후 발족할 중앙선대위도 중앙에는 홍보,디지털,사이버 기능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지방 선대위로 넘겨 현장중심의 선거를 치르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추석연휴 전까지 산업 현장과 농어촌지역을 돌며 민생문제를 점검하고 경선과정에서 제시한 정책들을 보다 구체화한 메시지를 현장에서 발표하기로 했다.
◆일·전문가 중심=2002년 대선기획단과 특보단은 각각 4선과 재선의원을 단장으로,대부분 의원급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대선준비팀은 팀장만 의원이고 나머지는 모두 중간 실무당직자와 외부전문가들이 주류다.
특보단에는 의원이 한 명도 없으며,모두 실무급 특보만 임명됐다.
정두언 준비팀장은 12일 "전문성이 없는 의원들이 와서 무엇하겠느냐.철저히 일 중심으로 짜여졌다"고 말했다.
공보·홍보·일정·조직 등 정치권의 딱딱한 용어 대신 PR,커뮤니케이션,스케줄,대외협력 팀 등을 사용한 것도 기업형 조직 냄새가 풍긴다.
그러나 기업처럼 '실용'과 '효율'을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면 정당 조직의 정체성과 조직원들의 충성심이 약화되면서 내부 결속력 이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