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만큼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일본영화를 케이블 방송 캐치온에서 "일본 영화 특집"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번 특집은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매일 오전 11시 35분에 다양한 일본 영화를 방송한다.

방송영화는 <천국의 책방> <와일드 매치> <린다린다린다> <황혼의 사무라이> <클럽진주군> 등의 순서이다.

17일에는 일본에서 50만부 이상 팔린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판타지 멜로물 <천국의 책방>이 방송된다. ‘100살까지 살지 못한 사람들이 나머지 생을 채우는 천국’을 배경으로, 내면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천국에 있는 한 작은 책방과 인연을 맺으면서 상처를 치유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국과 지상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발상과 후반부에 나오는 불꽃놀이 축제, 주인공 ‘쇼코’와 ‘겐타’가 함께 완성해 가는 피아노 선율 등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요소들이 두루 담겨 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청초한 아름다움을 선보이며 국내 관객을 사로 잡은 다케우치 유코가 사고로 청력을 잃고 연인과도 헤어져 상처받은 피아니스트 ‘쇼코’와 발랄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카나코’로 1인 2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2004년 제작 / 2006년 4월 국내 개봉)

18일에는 여자 프로레스링을 소재로 한 <와일드 매치>가 방송된다. 슈바이처 박사처럼 약자를 돕기 위해 의사를 선택한 남자 주인공 ‘신이치’가, 영세한 여자 프로레슬링 팀을 운영하던 어머니의 유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레슬링 팀을 맞으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여성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박력 넘치는 레슬링 장면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악스럽지만은 않은 여배우들의 섹시한 자태가 눈길을 끈다.

피아영화제 출신의 독립영화 감독 코마츠 다카시가 연출을, <도쿄타워>의 오카다 요시노리가 소심하지만 심지 있는 ‘신이치’ 역을 맡았다. (2004년 제작 / 2006년 10월 국내 개봉)

19일(수)에는 배두나가 주연을 맡은 <린다린다린다>가 전파를 탄다.

학교 졸업 축제를 앞둔 생기발랄한 여고생들의 좌충우돌 밴드 결성기를 그린 성장 드라마.

10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도 초청됐던 '린다린다린다'는 제1회 일본영화 엔젤대상 수상에 이어, 제79회 키네마준보 베스트6, 아사히신문 선정 일본영화 베스트3, 영화예술 일본영화 베스트1 등에 선정되는 등 일본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뭐든지 알아듣기 힘들 땐 “하이”(네)라고 대답해 버리는 어설픈 일본어 탓에 얼떨결에 보컬을 맡게 된 배두나는 박치에 음치지만,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열정으로 일본 친구들과의 우정을 쌓아간다.

독학으로 일본어를 깨우친 배두나는 연출을 맡은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직접 캐스팅해 더욱 화제가 되기도. 극중 밴드 '파란마음'이 연습하는 '린다 린다'는 1980년대 일본 대표 펑크록 밴드 블루하트의 명곡으로, 잘하는 건 아니지만 목청껏 소리 높여 열창하는 배두나의 노래가 영화를 보는 내내 귓가에 맴돈다. (2005년 제작 / 2006년 4월 국내 개봉)


20일(목)에는 일본 시대소설의 1인자 후지사와 슈헤이의 원작의 <황혼의 사무라이>가 방송된다.

가난한 하위 무사로 영주에 대한 충의보다 어린 두 딸과 병든 노모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인간적인 무사 세이베이의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 일본의 국민배우 사나다 히로유키가 주인공 ‘세이베이’ 역을, 일본 영화계의 살아 있는 거장으로 추앙 받는 야마다 요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가 됐다.

개봉 이후 일본의 권위 있는 영화제에서 대부분의 상을 휩쓸며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고무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실제 같은 결투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배우들이 3개월 동안 정교하게 검투의 합을 짜서 함께 연습 하는 등 화려한 볼거리가 재미를 더한다. (2002년 제작 / 2007년 2월 국내 개봉)


마지막 21일(금)에는 전쟁과 재즈의 절묘한 조화를 담아낸 <클럽진주군>을 만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재즈에 기대어 삶과 전쟁을 견뎌 냈던 다섯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고향으로 돌아온 겐타로에게 재즈는 수없이 죽어나간 주검들을 잊어버리는 유일한 피난처. 겐타로뿐 아니라 가족들이 원폭피해를 당한 쇼조, 이념을 둘러싸고 가족과 갈등을 빚는 이치조, 전쟁 중 동생을 잃어버린 아키라, 마약중독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히로유키 등 5명의 남자들이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재즈밴드 결성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출을 맡은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얼굴> <KT> <망국의 이지스> 등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개인과 국가의 문제를 재즈라는 소재로 멋지게 풀어낸다. 서로에게 총을 들이댔고 상처를 입혔던 일본과 미국 청년의 교감을 통해 누구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기 어려운 전쟁 자체를 비난하는 것. 사회적 문제를 독특한 시각으로 다룬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멋진 재즈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다. (2004년 제작 / 2006년 2월 국내 개봉)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